[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대한민국의 지위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됐다. 유엔 산하 기구인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7월 2일 제네바에서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우리나라의 소속 그룹을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B(선진국)로 수정했다. 1964년 UNCTAD 창설 이래 처음이다. 
UNCTAD는 전 세계 국가들을 A그룹(아시아+아프리카), B그룹(선진국+서유럽국가), C그룹(중남미권 국가), D그룹(러시아+동유럽국가)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B그룹으로 이동했다. 선진국+서유럽국가들로 이뤄진 B그룹에는 총 31개 국가가 포함된다. 대표적인 국가로는 △미국 △일본 △스페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그리스 △네델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터키 △덴마크 △핀란드 등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보다 앞선 2019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개발도상국에 주어지는 국제무역 관련 우대 조치 혜택이 사라지면서, 농업 분야의 피해가 확대됐다. 강원도는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도내 농업 관련 산업에 매년 100억 원 가까운 직·간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 지위를 얻게 되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은 더욱 확대된다. 농산물 관련 관세 감축 범위가 17.3%에서 4%로 바뀌게 되고, 규제 강화로 보조금 감축도 불가피하다. 쌀의 경우 선진국 일반품목으로 전환되면서 513%까지 적용되던 수입쌀 관세가 154%까지 떨어진다. 국내산 쌀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하락하게 됐다.
대한민국은 소속그룹이 선진국으로 변경됐지만, 곡물·식량 자급률은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1980년대 56%, 2010년대 27.6%, 2019년도 21%까지 떨어졌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가 넘는다. 호주는 200%가 넘고 캐나다·프랑스는 100% 후반대의 높은 곡물 자급률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일수록 곡물 자급률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는 아니지만 곡물 자급률은 후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할 때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9년 기간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1.9㎏에서 54.6㎏으로 22.7kg(171%)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산 육류 자급률은 78.8%에서 65.5%로 13.3%p 하락했다. 육류 소비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외국산 축산물 등쌀에 자급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식량 자급률은 그 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선진국 지위 격상을 계기로 곡물·식량 자급률 향상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국민의 식량안보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농업인은 국제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안심하고 영농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소비자는 언제든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식량 공급을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는 선진국 지위 격상이 농업계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큰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세밀하게 챙겨야 한다. 선진국 지위 격상으로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선진국다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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