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직장갑질119>가 지난 2월 발간한 제보 사례 전수 분석을 통해 본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수직적 권력 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괴롭힘으로서의 성격과 성차별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행위자는 법인의 대표나 상급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행위자와 피해자 간에는 고용 형태, 연령, 근무 기간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피해자가 되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이와 별개로 성별은 그 자체가 위계로 작용했다. 

 

여성만 피해자 아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었다. 
성 역할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직장 내 성희롱에 관대한 근무 환경이 수직적 권력 관계에 맞물리면서 직장 내 성희롱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특성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지만 반드시 여성만은 아니었다. 남성도 행위자보다 직급이 낮거나 차별적 지위에 있다면 피해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는 성희롱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폭행, 폭언, 감시, 사생활 침해, 사적 업무 지시, 모욕 등 여타 괴롭힘이 병행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게 되면 그 다음엔 은폐하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피해자가 피해를 입을 만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보편화되고 2차 가해가 시작된다. 
가해자의 대부분 형태가 ‘위계’에 의한 것이므로, 2차 가해의 보편적 특징은 인사상의 불이익으로 나타난다. 
22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막말을 퍼부었던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의 간부에 대한 합당한 처분 요구에 대한 보복 감사와 인사가 그렇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이하 방역지원본부) 간부의 성희롱 처벌 이후의 상황도 그와 다르지 않다. 
축평원 노조는 ‘막말간부’ 처분을 위해 노사합의로 구성된 노사공동고충처리센터에 고충처리접수를 한 이후 신고자에 대한 먼지털이식 감사로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축평원의 막말사태는 단순히 한 노동자에게 간부가 막말을 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그동안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사내 분위기(노조가 주장하는 3대 악질문화)가 고조되면서 폭발한 것이다. 
때문에 축평원 노조는 수직적이고, 계급에 물든 복종 문화를 타파하고, 축평원이 제시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에 맞는 사회적 책임 경영 실천과 스마트팜형 축산환경 조성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면서 ‘공감문화’를 달성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방역지원본부 노조의 천막농성은 좀더 심각하다. 사건의 발단은 정직 1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간부가 복귀한 이후의 행태에서 시작된 것으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다. 
방역의 선봉에 선 조직에서 그것도 간부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자리를 갖고, 여직원을 성희롱한 작태로 처벌을 받은 후 복귀해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현장 직원들에게 보복성 2차 가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독소는 서둘러 제거

 

노조는 이에 대해 “공공기관 책임자로서 누구보다 더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 간부가 성희롱과 직원음해, 불법사찰로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을 오히려 승진시킨 사실에 대해 좌절했다는 것이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은 총 1061명이지만, 이중 정규직은 겨우 49명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방역직, 위생직, 검역직, 유통직, 예찰직 1012명은 무기계약직인 기형적 구조다. 
ASF, AI, 축산물위생검사 등을 수행하는 현장직 노동자들은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면서 국가방역을 위한 선봉에 서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이 국민의 밥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악성가축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로 인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조되면서 산업 전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과 관련 인력 충원과 현장 처우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노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현장의 안전을 무시한 채 현장직을 행정인력으로 차출해, 본인들의 편익만 취하고 있으며 그 인원이 10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장 안전의 필수 조건인 ‘2인1조’ 업무 형태마저 수행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직장 내의 갑질은 직접적으로는 낮은 직위의 직원이 피해자가 되고, 직장의 업무 효율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만, 그 결과는 소비자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지금 축산업은 ‘환경’이라는 대전제 아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방위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발생되는 갑질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조그만한 성찰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존재는 있으나마나한 것이 아니라 있어서는 안될 독소다. 독소는 서둘러 뽑아내는 것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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