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정부가 농축산어업 분야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CPTPP 가입 대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제도 정비가 필요한 4대 분야(수산보조금·디지털통상·국영기업·위생검역) 중 국영기업과 위생검역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농축산어업 피해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순서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CP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출범한 자유무역협정(FTA)의 한 형태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공동시장을 목표로 한다. 비농업계에서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CPTPP에 가입해 무역영토를 보다 넓혀 경제적 이익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재원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은 CPTPP에 가입한 경우가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며 “미국과 중국이 함께 가입할 때 한국의 이익이 제일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제조업 부문 평균 생산성 1.29%, 수출기업 수 80.55%, 실질 GDP 6.39%, 320억 달러의 소비자 후생효과 증가를 예상했다.
CPTPP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내년 1월 발효 예상)과 달리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요구한다. 이미 2018년에 발효됐으며,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의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농축산어업 분야의 희생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병해충과 가축질병의 지역화 및 구획화 인정, 상대국 동식품검역제도(SPS) 조치의 동등성 인정, 기술적 협의 기한 180일 한정 등 대폭 강화한 SPS 규정은 수입국의 권한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주요 신선 농축수산물과 관련한 통상마찰은 불가피하다. CPTPP 가입에 앞서 강화한 SPS 규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검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CPTPP 등에 대한 대응 일환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 무안 신안)은 지난 1일 FTA 체결 시 정부가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국회 상임위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추가하는 통상조약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에 통상협상에 보고한다. 서 의원은 “CPTPP 등의 메가 FTA를 포함한 다수의 통상협정이 현재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농어업분야의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법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축산어업 희생을 전제로 한 CPTPP 가입은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에 발효된 9개 FTA로 인한 5년간의 산업 영향분석 자료’(산업부)에 따르면 FTA 체결 이후 농축산어업 분야의 생산 감소 손실은 4598억 원인 반면 제조업 분야의 생산증가 이익은 64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농축산어업 손실과 비교해 제조업 이익이 140배 이상인 만큼, 대의를 위해 소의가 희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이익과 손해 문제가 아닌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식량안보를 최전방에서 지키는 농축산어업 분야의 희생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CPTPP 가입은 정치 문제도, 이념 문제도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다. CPTPP 가입을 위해 농축산어업인들의 밥통을 깨서야 하겠는가. CPTPP 가입을 위해 누구에게도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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