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우리가 윤리적 소비를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환경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폭염, 폭설, 홍수, 가뭄과 같은 파괴적고 실질적인 피해로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기업과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호응하고 있다.
특히 동물보호론자들을 중심으로 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은 환경 문제와 더불어 살아 있는 가축을 다루는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소비의 패턴이 바뀌면 당연히 시장도 바뀌게 마련이기에, 그에 편승하지 않으면 이제 축산업은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관된 주장만이 필요


하지만 과도한 육류 유해론의 주장과 이에 맞서 치열하게 반박하며 치고받는 그들의 논리를 보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로 언성을 높이고 핏대를 세우는지 알 수 없는 정도다. 감정이 앞서고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윤리’를 앞세운 육류 유해론자들의 주장이 너무 과장되거나 편협됐다고 하는 것은, 윤리의 잣대가 단순히 가축을 사육하고, 가공하고, 유통시켜 식탁에 제공한다는 식단의 한 종류가 아니라 살생이라는 관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져오는 것이 환경오염과 육류 생산과정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논리다. 논리가 정연하거나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주장이 일관되어야 한다. 하지만 환경과 비윤리성을 강조하는 육류 유해론자들은 육류를 제외하곤 자신들이 비윤리적 소비를 하거나 그런 풍조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에는 무지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소의 생리적 현상인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기후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에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하면서도,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에 대해서는 같은 잣대를 대지 않는 것이 일례다. 국내 한육우를 비롯, 젖소의 사육마릿수는 400만 마리지만, 자동차 대수는 2020년 기준 2400여만 대다. 숫자로 놓고 보면 어느 것이 더 문제인지 금방 나온다. 
육류가 환경을 악화시키고, 생산과정이 비윤리적이라면, 아직도 일부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피는 물론이고 각광받는 가죽제품은 또 어떤가. 
각종 음식에 널리 쓰이며 사랑받고 있는 설탕은 노예무역으로 형성되는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생산된다. 바로 현지인들의 노동력 착취의 결과물이다. 그들은 과도한 노동, 불충분한 식사,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일상사다. 
한국인들이 극도의 사랑을 표시하는 커피는 아프리카에서부터 동남아시아까지 널리 분포되어 현지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그리고 수시로 한 잔의 커피를 들며 낭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들의 피와 땀을 마시고 있다. 
의류와 신발에서부터 현재 우리가 입고 쓰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생산되는 지 관심은 있는 걸까? 지금 없어서는 불편한 스마트폰의 재료로 쓰이는 콜란은 콩고민주공화국 현지인들의 빈곤선의 임금으로 생산되고 있다. 
결혼식에 빠지지 않는 다이아몬드는 또 어떤가? 다이아몬드는 ‘피의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아프리카 지역의 군벌들이, 유럽의 다국적 회사와 결탁해 자국민들을 총칼로 살육하면서 캐내는 산물이다. 

 

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육류 기피가 비윤리적 생산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시작됐다면, 그 잣대는 우리가 쓰고 입고 먹는 대부분의 제품 등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스스로가 비윤리적 소비를 해오면서 육류 기피로 자신을 윤리적 소비자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육류 생산의 비윤리성이나 기후 위기 유발을 이야기 하려면 오히려 그 때문에 외국산 축산물을 기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국내 축산물의 사육 규모와 축산 강국들의 규모를 비교하면 국내 축산업에서 유발되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다. 
국내 축산업이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동남아시아의 우림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 마리가 내뿜는 소의 메탄가스 중 국내 소의 비중은 새발의 피다. 오히려 자동차와 석유, 휘발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해외 자료를 국내 축산업의 상황에 대비해 판단하고 폄훼하는 것은 완전히 빗나간 주장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산 견과류나 아보카도와 같은 작물은 물 사용량이 막대하고 이들 작물을 재배하는 지역에 심각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 결국 가상의 식단으로 소비하기 위해 남의 나라 농촌을 피폐하게 만든다. 
마치 비건식의 식단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지력을 증강시키는 환경 친화형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 육류 기피론자들의 주장이다. 사계절 채소를 먹기 위한 하우스 재배에는 난방 등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들어간다. 
수많은 외국산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운송과 유통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지 따져볼 일이다. 때문에 남은 음식물을 줄이고 국산 농축산물과 제철음식만 소비해도 그토록 염려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문제다.   
윤리적 소비는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려는 행동임에는 틀림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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