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윤리적 소비를 논할 때 함께 거론 되는 것이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1980년대 이후, 세계의 불공정한 교역구조를 좀 더 공정하게 개선하고자 선진국의 시민사회가 주도해 만든 국제적 시민운동이다. 상품을 생산하는 생산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형태의 무역이다. 
이를 통해 증식된 이윤은 자본 축적을 위해 재투자 되거나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공동체의 생활수준 향상과 사회간접자본의 개선에 사용되거나 공정무역 인준과 상품의 질 관리에 투입된다. 

 

‘감성팔이’ 소비 안돼


이처럼 공정무역은 상품의 유통과 소비 구조상 생산자가 소외될 수밖에 없는 부분에서 소비자가 생산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함으로써 시장 가격의 변동 때문에 생산자가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가 윤리적 소비를 기치로 추진되고 있는 공정무역이다. 윤리성을 강조하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가치’에 지불하는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전제되는 이러한 윤리적 소비가 실제 국내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을까?
시장의 최접점에서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유통점의 판매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 의향과 실제 소비패턴은 큰 차이가 있다. ‘동물복지나 친환경 농축산물이 일반 농축산물의 가격보다 1,5배 심지어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도 구매하겠다’는 구매 의향보다 실제 구매된 경우가 훨씬 낮다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구매 결정이 가격에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고 품질을 지향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지불하기를 주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다. 
게다가 동물을 학대하고 기후 위기를 유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육류 섭취를 하지 말자는 주장을 윤리적 소비와 결부시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감정에 자극된 동정(同情)어린 소비일 뿐 당초의 취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감성팔이’ 때문에 객관적 진실보다는 과장되고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간과된 무리한 주장을 펴게 되는 것이다.
공정무역의 문제는 윤리적 소비가 완전하지도 적합하지도 않은 정보에 기초해 소비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제공된 정보는 빈곤하고 열악한 농부의 생활 조건 등과 같이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도록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이다. 
소비자는 수조 원에 달하는 대중적인 기업 마케팅이나 캠페인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통해 부추김을 당하고, 결국 공정상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것과는 또 다른 행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음모론이 여과 없이 국내의 상황으로 투사되어, 마치 국내 축산업 전체가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질병을 유포시킨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감성팔이 주장에 자극돼 국내 축산업의 현장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축산농가들의 환경 개선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책임한 자신들의 주장이 축산농가들의 삶을 어떻게 옥죄이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타국의 실정을 객관화해 버린다. 

 

농가 노력 알아주길


게다가 축산업이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느냐며 제시하는 데이터도 왜곡해서 사용하곤 하는 데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물 사용에 관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깜짝 놀랄만한 양이어서 축산업이 왜곡되기에 딱 좋은 사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산에서 가공‧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가상수’라고 한다. 또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음식이나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추적해 계산한 것을 ‘물 발자국’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 환경론자들이나 축산업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1만5497리터, 돼지고기 4856리터, 닭고기는 3918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면서 축산업을 기후 위기 촉발 원인으로 제기한다. 
이는 물의 총량을 따지는 가상수 개념이다. 각국의 기후와 농업 환경, 생산 방식 등의 차이를 따지는 물 발자국의 개념을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축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농촌경제의 중심축이 되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유럽처럼 축산물 소비가 다양화되고 대형화 되면서 온갖 잔혹한 행위가 보편화되어 있지도 않다는 차이만은 올바로 보아달라는 말이다.   
지난 1월 농협 축산경제와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3회 청정축산환경대상」 수상식 자리에서 김태환 대표이사는 “청정축산환경대상 수상농가를 선정할 때 ‘정말 대상을 수여할 만한 농가가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많은 농가들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그리고 김 대표가 “이제 축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 현장에서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축산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