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다시 돌고 돌아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출발점이었던 윤리적 소비로 돌아왔다. 특히 육류 소비를 환경 부정적, 비윤리적, 기후 위기 유발 등 온갖 부정적인 말로 표현해오고 있는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축산업은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해로운 산업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을 빌리면 하루속히 사라져야 할 ‘백해무익’한 업종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헷갈린다. 그것은 그들도 자신들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동’ 대응 자제 해야


교차 검증 없이 상황에 맞지 않는 한쪽의 단편적인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에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그들의 과잉일반화된 주장을 유치하다고 하는 것이다. 
심리학의 용어로 과잉일반화란 어떤 개념이나 단어의 뜻을 너무 넓은 범위로 일반화 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가 움직이는 모든 동물들을 보고 ‘개’라고 하는 것과 같다. 
또 적은 사건에서 너무 포괄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어떤 여자로부터 거절을 당한 경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소위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일부 식자층의 주장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왜 우리 축산업만 가지고 그래!” 또는 “그들이 가짜뉴스를 유포한다”고 축산농가들을 선동한다. 
‘좋다, 나쁘다’의 논쟁은 이분법의 논리일 뿐이지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살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주장을 해도 좋을 리 없고, ‘섭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육식이 나쁠 리도 없다. 양끝에서의 주장은, 과열되면 결국 논쟁의 본질에서 벗어나 평행선 달리기로 변질될 뿐이다. 
채식주의자든 육식주의자든 우리가 윤리적 소비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신념에 따른 윤리적인 가치를 고려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인간이 지녀야 할 도덕적 가치와 자연과 상생하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다. 
요즘 개인의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소비자 운동의 일종인 ‘미닝 아웃(meaning out)’이 유행이다. 
남들에게 밝히기 힘들어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신념을 주장하면서 불매운동이나 구매운동을 적극적으로 나타내 공유하고 사회적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흐름을 의미하지만 갈수록 전방위적으로 과열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축산업계는 그 윤리적 소비라는 잣대로 난도질(?) 당하는 중이다. 건강 유해론에서부터 동물에 해를 입히고 기후위기를 촉발시킨다는 온갖 구설이 난무하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그 주장이 ‘공감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권리다. 일부 전문가로 자처하는 이들이 축산농가를 선동하는 듯한 대응은 잠깐의 ‘속시원함’일 수는 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다.

 

공감하는 능력 필요

 
문제는 ‘공감’이다. 소비자들의 육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왜 시작되었는지 공감하지 못하면, 육류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가, 어떻게 사육되어 생산되고 어떤 가공‧유통 과정을 거치는 지를 투명하게 밝히지 못하면 소비자들 역시 공감하지 못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정신병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이언 베런코언 교수는 그의 저서 <공감제로>에서 공감을 “타인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의 사고와 기분에 적절한 감정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공감에는 최소한 두 단계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인식과 반응이다. 만약 인식은 했지만 반응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공감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식과 반응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을 때,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일을 예민하게 피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지 고민하며, 말하거나 행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공감을 갖지 못한 상태를 ‘공감 제로’라고 하는데,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와 타인들과 상호 작용하는 법, 또 그들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공감 제로 상태가 되면 타인의 감정과 사고뿐만 아니라 세상에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 뜻대로 자신의 환상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갑자기 생겨난 축산업에 대한 악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축산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부정적 인식을 완화해 보겠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은 축산인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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