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값 폭등세·해상운임 상승· 정부는 묵묵부답

비상 경영·구조 조정 한계
정부, 대책 건의 나 몰라라
“가격 인상 불가피” 하소연
연중 추가 인상까지도 거론
축산물값 하락과 맞물리면
농가 부담 막대 파동 예상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최근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상운임 상승과 환율마저 불안함을 보이고 있어 국내 사료업계가 사면초가 형국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초비상 사태를 해결하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재부 등 정부의 경영‧세제 지원을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해, 결국 사료업체들은 사료값 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상태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은 옥수수의 경우 2020년 구매평균단가 톤당 약 200달러에서 2021년 1분기 240달러로 약 20% 상승한데 이어 9월 도착분의 시세는 무려 330달러 수준으로, 소맥은 톤당 220달러에서 310달러로, 대두박은 35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가격 폭등세는 중국이 ASF에서 회복되면서 세계 곡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재고 부족으로 내수가격이 꿈틀거리자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량을 대폭 확대했다. 2020년까지 760만톤을 수입했던 중국이 올해 대한민국 옥수수 연평균 수입량 약 1000만톤의 세 배 가까운 2800만톤을 수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 세계 옥수수 공급이 경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곡물의 블랙홀 중국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최근의 초고가 곡물가격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위기수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21일 중국 농림부는 ‘옥수수‧대두박 사용량 감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역별로 양돈‧가금사료 대체 배합비를 안내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옥수수는 소맥, 쌀, 카사바, 수수 등으로 대체하고 채종박, 면실박 등 박류와 곡물 주정박으로 대체할 것을 권장했다. 
국내 사료업계의 고충은 곡물가 상승뿐만이 아니다. 사료가격을 좌우하는 곡물가격은 물론 해상운임, 환율까지 급등했거나 불안한 상황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시중에 푼 유동성 자금이 인플레이션과 상품시장 투기 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 파종기의 미국이 한파로, 브라질은 건조기후로 작황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가격 강세가 사상 유래 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곡물뿐만이 아니라 사료 부원료로 쓰이는 팜박‧채종박‧야자박 등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사료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사료가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외운임도 2020년 5월 32달러에서 2021년 3월말 기준 63달러로 무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게다가 환율마저 불안해 사료업계는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이에 농협사료와 일반 사료업계는 연초 이미 한 번의 가격 인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다다라 내부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백약이 무효하다는 반응이다. 
농협사료는 수 차례 비상경영대책 회의를 열고 임원급여 10% 반납과 업무용 차량 20% 감축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사료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사료업체들 역시 올 초에 사료 가격을 인상한 후 내부 구조조정을 비롯 갖가지 자구책을 마련하고 대응 중이지만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또 한우협회도 매달 연동제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OEM 사료 가격을 조만간 이전의 미미한 수준의 인상에서 보다 높은 폭의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사료업계가 정작 고민하고 있는 것은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상폭이고, 지금과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경우 연중 다시 한 번의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료협회를 중심으로 사료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재부에 ‘위기 단계 극복을 위한 대책’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아직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7월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사료, 사료협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포함된 사료산업 발전협의회가 결성돼, 사료원료 공동구매를 포함한 안정적 원료 구매를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비상시국을 돌파할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료 전문가들은 “지금 한우를 비롯 축산물에 대한 가격이 그리 나쁘지 않아 가격 인상에 대한 농가들의 저항이 이전처럼 크진 않겠지만, 하반기 축산물의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과 맞물리게 되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들은 “사료협회가 건의한 사료원료 구매자금 금리 인하와 금액 증액, 사료 곡물 공공비축 또는 민간 비축에 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이중 삼중의 충격파를 조금이라도 줄여줘야 농가로의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며 “조속하고도 적극적인 반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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