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고기를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육류산업 때문에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가의 국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먹을 식량을 가축에게 먹임으로써 그들이 먹을 식량이 없어서라는 것이 이유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인 존 로빈스가 있다. 그는 아이스크림의 제국을 건설한 베스킨 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이었으면서도 이를 포기하고 지구구조대 인터내셔날을 창립한 열렬한 채식옹호주의자다.

 

육식이 탐욕이라고?


그는 한 우화(寓話)를 들면서 육식을 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설명한다.
“오랫동안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한 남자가 죽자, 하느님이 그에게 말했다. ‘이리 오너라. 내가 너에게 지옥을 보여주마.’ 그는 거대한 스튜단지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들 모두는 각자 단지에 닿을 수 있는 숟가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길이가 워낙 긴 탓에 자기 입에 숟가락을 넣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굶주려 절망적이었다. 그 고통은 끔찍할 지경이었다.
잠시 후 하느님은 ‘천국을 보여주겠다’며 다른 방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방 역시 첫 번째 방과 똑같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거대한 스튜단지 주변에 앉아 있었고 그들도 같은 숟가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반은 기쁨과 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
사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똑같은 상황에서 한쪽은 끔찍한 고통으로, 다른 한쪽은 행복감으로 다를 수가 있습니까?’ 하느님이 웃으면 말했다. ‘천국의 방은 서로 먹여줄 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이 우화를 통해 육식을 하는 행위를 자기만 먹으려 하는 탐욕과 이기로 가득찬 부도덕한자로 묘사했다. 미국 인구 전체를 넉넉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의 5배나 되는 곡물과 콩을 소비하고, 옥수수의 80% 이상과 귀리의 95% 이상을 동물 사육에 쏟아붓는다고 비난했다.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얼마나 낭비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가축을 통해 우회하여 곡물을 순환시킴으로써 곡물을 직접 섭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열량의 겨우 10%만을 섭취하는 비효율적인 사용을 지적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곡물과 콩, 약 14.5kg이 육우용 소 사료로 쓰이는데 비해 인간이 돌려받는 것은 겨우 900g의 고기뿐이고, 나머지 13.6kg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곡물과 콩이 거름이 되어 버린다.
개발도상국들도 선진국들의 식생활을 모방하고 있다. 육식이 선진국의 경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선진국을 모방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고기를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반면 대부분의 국민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엄마는 자기 자식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손놓고 볼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곡물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육식을 금하면 기아를 막을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을 얼핏 들어보면 그럴 듯 하지만, 실제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에 적용하면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단편적이고도 순진한 생각이다.

 

막무가내식 주장


동물보호를 중심으로 한 윤리적 소비에서 시작된 ‘육류 기피’ 운동이, 기후위기를 야기하고 전 지구적 위기를 몰고 온다는 과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은, 그 밖의 중요한 문제들을 가리고 그럼으로써 왜곡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후위기 야기라는 문제만 놓고 볼 때,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는 <기후전쟁>에서 기후온난화의 문제는 기술의 무분별한 투입 때문에 빚어졌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기술을 투입하려고 한다. 그 결과적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장에 대해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입하려는 것에서 갖가지 ‘사이비 대안들’이 넘쳐나게 됐다고 했다. 
자신들의 편협하고 편향된 지식으로 확신하고 있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갖다 붙이는 온갖 정보들 때문에 정작 고민해야 할 핵심을 놓치는 경우를 말한다. 
고기 먹는 행위를 중지하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개도국이나 빈곤국가 국민들의 식량을 빼앗는다는 단순한 발상은 왜 나오는 것일까? 정말 우리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 파급이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명 가량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다. 
북한 아동의 영양 실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에서도 15세 미만 아동의 3분의 1 이상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모두 육식을 하는 행위의 파급효과에서 비롯된 것일까?
믿을 수 없는 출처에서 나온 정보를 접할 때 그 정보는 처음엔 별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출처는 잊혀지고 그 말만 남아 정확한 것처럼 떠오르는 것을 ‘수면자의 효과’라고 한다. 지금 육류혐오자들의 막무가내식 주장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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