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육식이 기후위기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맞다, 틀렸다’는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 가축 특히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지구 환경에 이롭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많은 요인들을 제쳐두고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그들의 단편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국가적 행위가 대단히 왜곡되고 있다는게 더 큰 문제다. 

 

정부의 태도가 문제


이제껏 축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규제일변과 행정편의주의적이었던 데다, 국가가 앞장 서서 축산업을 오염산업화한 행태로 보아 이번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역시 기후위기를 대하는 깊은 이해는 없어 보인다. 
또 일부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지구온도를 1.5℃로 유지해야 기후 재난을 줄일 수 있다”고 ‘1.5℃’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간 패널)나 기후학자들이 주장하는 ‘1.5℃’는 지구의 환경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재난의 강도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잘못 이해해도 한참을 잘못 이해했다. 지구는 지금 토니 주니퍼가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에서 지적하듯, 자연이 만들어내는 수익금(비옥한 토양, 깨끗한 강물, 질병 관리, 탄소고정 등 각종 서비스 혜택)을 인간이 흥청망청 써버려 그 원금까지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것이다. IPCC가 제시하는 ‘1.5℃’는, 그나마 그 수준을 유지해야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자연재난이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 일부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위주로 축산업을 규제하는 것을 보면 G.K. 체스터턴이 <정통>에서 한 우화로 설명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모자가 부족하다고 해서 몇 사람의 목을 치는 짓’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축산이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다’는 상관관계를, ‘축산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로 잘못 인식하게 되면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은 ‘육식 기피’를 포함한 축산업 방출이나 탄소포집을 중심으로 한 기술만능의 사이비 대안 등이 넘쳐나게 된다. 
가축이 대기 중으로 내뿜는 메탄가스의 위험성을 강조하면, 전 세계 77억 명의 인간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17년 집계한 13억2000여만대 전 세계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육식을 포기함으로써 지구의 환경을 구한다는 극단적 채식주의자의 주장대로라면 인구와 자동차도 인위적으로 줄여야 하지 않을까?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이 육식을 기피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논리적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과장되게 부풀리거나, 과장된 논리를 강요함으로써 다수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탓’하는 것은, 아무리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라고 해도 수긍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단편적 사고 버려야


특히 기후위기의 원인을 ‘가축’으로 몰아갈 경우, 그 외의 심각한 환경 파괴 산업들이 본의 아니게 그 덕을 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원인 규명을 정확히해야 한다. 
육식을 탓하는 동안 우리가 간과하는 화석연료의 심각성은 지금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황사’보다 더 해롭다. 1952년 12월 4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검은 그을음’으로 불리며 폐기종, 만성 폐색질환, 천식 등 심각한 폐질환을 유발한다. 
자동차, 트럭, 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된 질소산화물은 공기와 반응해 질산기체 및 입자로 탈바꿈한 뒤, 폐 조직을 손상시키거나 심부정맥을 유발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불러온다. 또 공기 중 탄화수소와 반응할 경우에도 스모그의 주성분인 오존이 형성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심장병을 악화시키거나 시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입자들이 뒤섞인 오염원은 심장발작, 뇌졸중, 심부정맥 같은 심혈관 문제를 유발하는 한편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은 “브라질을 포함한 광대한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것이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인도네시아를 비롯 아시아 지역의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주요한 원인은 바로 ‘팜 나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팜 오일은 극단적 채식주의자나 그 밖의 소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식품첨가제와 바이오디젤로 사용되는 값비싼 수출작물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그나마 지금의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육식 기피’의 주장도 일리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범’이라는 왜곡은 기후위기를 함께 해결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채식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어거지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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