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9일은 ‘부처님 오신 날’로 음력으로는 4월 8일(4월 초파일)로 석가모니(釋迦牟尼)  탄생일이며 부처님의 제자들이 일찍이 부처님께서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음을 깨우쳐주신 것에 대해 공경과 축원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부처(佛陀·불타·기원전 483~563)님은 현재의 네팔에서 태어나 인간의 삶이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윤회하는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자각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29세 때 출가하였다. 원래 ‘부처’라 말은 산스크리트어(인도의 고전어)로 "깨달은 자", "눈을 뜬 자"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불교는 자비심이 선행되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9세 때 경기도 의왕시 청계산에 있는 청계사로 출가한 경허(鏡虛·1849~1912)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開創·처음으로 세움)한 대선사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엄마 손에 이끌려 청계사로 간 그는 17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사서삼경과 불교경론, 제자백가를 섭렵했고 33세 때 깨달음을 얻어 서산대사(西山大師·휴정·休靜·1520~1604) 이후 맥이 끊겼던 선종의 계보를 이은 인물이다. 19세기 말, 백성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다. 경허선사가 펼친 지리산 기슭에서의 자비행(慈悲行)을 들어보자. 경남 함양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마천(馬川)이라는 마을이 있다. 첩첩산중 심산유곡은 무성한 숲속 오솔길로 높고 험한 재(嶺·고개 령)로 인해 이따금 길손이 찾을 뿐이었다.
어느 해 초여름 무렵이었다. 모진 흉년 끝에 마천 마을 주민들은 ‘보릿고개’를 넘다 못해 굶주려 아사(餓死·굶어죽음)할 직전에 이르게 됐다. 당시는 일제 강점기로 어렵던 암흑시기여서 어느 누구도 두메산골의 가파른 민생고를 해결할 수 없었다. 경허 스님이 우연히 그 곳을 지나게 됐다. 
스님은 지리산 마천 마을의 참상을 보고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한동안 생각에 젖어 있던 스님은 가든 길을 되돌려 전북 남원 쪽으로 향했다. 스님은 단숨에 100리 가까운 길을 걸어 남원 땅에서 탁발을 하여, 그 짐을 짊어지고 걸음을 재촉해 100리 길을 다시 걸어 마천 마을로 돌아왔다. 스님은 집집마다 돌며 굶주린 주민들에게 손수 식량을 나눠주면서 자비를 베풀었다. 사람들을 구원한 경허 스님의 자비행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 참선(參禪·좌선수행)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화두 시심마(是甚麽· ‘이것이 무엇인가’·이뭣고)를 참구(參究·진리연구)하여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성찰해보고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두루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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