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 식으로는 또 다른 문제만 야기


조단백질 기준 강화 통해
축종별 성장 단계 단순화
사료 급여기준 규제 신설
축산업 구조 개선 불가피

각 단체들과 토론회 열고
공감대 형성·참여를 유도
무임승차 철저 배제 우선
‘배출계수’ 개발 서둘러야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미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2760만 톤CO2eq(CO2eq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 이하는 톤으로 표기)이다. 전년(7억 970만 톤) 대비 1790만 톤(2.5%)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5억 3600만 톤 이하로 낮추기 위해, 2017년 대비 24.4%를 줄인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그러나 성장 위주의 제조업 중심 고탄소 산업을 육성해온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세계 기후정상회의에서 온실가스 추가 감축을 약속, 올해 배출량 감축 목표가 추가로 상향될 예정이다.

 

# 농업 분야에 미칠 변화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120만 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 △벼 재배 630만 톤(29.7%) △농경지 토양 550만 톤(25.8%) △가축 분뇨처리 490만 톤(23.3%) △가축 장내 발효 450만 톤(21.1%) 순으로 배출량이 많다. 

축산분야 배출량(분뇨처리+장내발효)은 940만 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1.3%)은 작지만 탄소중립 사회 전환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농식품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환경 친화형 축산업 구조개선을 추진한다. 그 일환으로 축종별·사육단계별 조단백질 표시·함량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필요 이상 고단백질 급여 제한 및 저단백질 사료 공급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올해 한우 비육후기 조단백질 함량을 현재의 기준인 15%에서 12%로 줄이고 육질·육량 변화를 실험한다.

또 축종별·사육단계별 조단백질 기준 강화를 통해 축종별 성장단계를 단순화하고, 추후 축산농가가 성장단계별 배합사료 급여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는 규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가 TMR 농가와 사료업체는 조기 출하를 위해 사료 내 조단백질 함량을 높여 급여하는 추세로, 급여 수준의 합리적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단백질, 사육기간 단축 등 환경 친화적 사양관리 프로그램 개발·보급, 사육 후기 사료 무제한 급이 제한 등 사양관리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축산과학원은 영양소 손실 최소화, 고소화율 사료 활용, 성장단계별 정밀영양조절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밖에도 저탄소 축산물 인증,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사업, 배출권 거래제도, 축산분야 탄소저감 연구 및 방법론 개발 등 감축과 연계한 사업을 추진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양관리 및 저메탄사료 개발·보급 등 친환경 축산업 전환을 위한 R&D 사업을 확대 할 예정이다. 특히 무임승차 배제를 위해 토론회 등을 통한 공론화로 축산단체, 환경·시민단체 등과 공감대 형성 및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 전문가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의 가축사육 방식에 변화를 주시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농축산물 생산성 및 성장 정체, 생산비 상승, 농업인 소득 감소 등의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업분야 시설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 가축분뇨 에너지화 추진이 확대될 것”이라며 “추후 있을 농업용 면세유 공급 중단과 전기세 급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는 올해 2월 업무계획 보고에서 2050년 탄소중립 7대 부문별 미래상(안) 중 하나로 공장형 축산을 친환경 축산으로, 육식 위주 식생활을 채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공장형 축산에 대한 환경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 온실가스 저감 기술 

정부는 농업분야 온실가스 목표를 2030년까지 160만 톤(감축수단 활용 90만 톤·자연감소 70만 톤)으로 설정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대부분 식량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근본적인 배출량 제거는 불가능하지만, 저감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양질의 조사료 급여 및 저메탄 사료 공급을 확대한다. 가축분뇨 에너지화 및 자원화 시설 확충 등도 추진한다. 

한우와 젖소 등 반추가축은 사료로 섭취한 에너지의 2~15%를 메탄으로 배출하는데,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발생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저메탄 사료 개발이 한창이다. 

또 메탄저감, 장내환경 개선, 소화율 증진 효과를 충족하는 저감제를 개발 중으로, 올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결과를 도출한 후 현장검증을 추진하고, 2025년까지 축산농가가 활용할 수 있는 메탄 저감제 기술보급을 목표로 한다. 

규모가 큰 국내 보조사료업체에서 메탄저감용 보조사료(미생물제, 갈릭추출제, 캡사이신 등)를 시판 중에 있다. 소에서 메탄발생으로 인한 영양소 손실(10%)을 줄이고 사료영양소 효율을 높이며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 제품을 일부 사료업체에서 축우용 배합사료에 사용하면서 사료원가 상승(5~10원/kg)에 따른 농가 부담이 증가했다. 국제 사료원료 가격 급등 등 향후 사료가격 상승요인이 증가할 경우 축산농가의 메탄저감사료 사용은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메탄저감 보조사료를 활용하는 사료업체에 가격 상승분 지원이 필요하다. 메탄저감사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자원화하거나 바이오가스로 에너지화하는 기술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농업부문의 생산성 변동 예측 기술과 이상기상 대응 농축산물의 피해경감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탄소중립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농업부문의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디지털 순환농업,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과 함께 새로운 탄소저장 기술을 개발·보급 할 것”이라고 전했다.

 

# 향후 과제

농업분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국가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 개발’이 중요하다. 자국의 고유한 농업환경 특성을 반영한 배출계수가 있어야 이를 근거로 배출량 측정·감축을 확인할 수 있다. 인센티브(탄소배출권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 배출계수를 개발하지 못한 나라는 국제기준을 수용해야 하는데, 이때 자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어 손해를 볼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가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모두 30종(2020년 기준)이다. 벼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4), 밭에서 검출되는 아산화질소(N2O) 등 경종분야 24개와 한우·젖소 등의 장내발효시 발생하는 메탄 등 축산분야 6개 등이다.

축산분야 6개 배출계수는 △한우 장내발효(수컷 거세우 1세 미만, 수컷 거세우 1세 이상, 암컷 1세 미만) 3개 △젖소 장내발효(암컷 1세 미만, 암컷 1~2세, 암컷 2세 이상) 3개 등 총 6개다. 농촌진흥청은 오는 2030년까지 21종의 배출계수를 더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돼지와 염소 배출계수는 2023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국민·농업분야 모두가 행동 전환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현장과 충분한 소통을 통한 인식 전환 노력이 요구된다. 감축 당사자와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밀어 붙이기식 문제해결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밖에 없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정책 이해도를 한층 높여야 하고, 교육·훈련, 금융지원 등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온실가스 저감 과정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그들이 정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농업인들에게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농업분야에 또 다른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을 때 강한 추진력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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