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축산 전문가로 자처하거나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육류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며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산업이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 이산화탄소가 자동차나 반도체 생산, 정유회사 등에서 발생시키는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고 강변한다. 축산농가들이야 화풀이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의 입장으로 어느 산업이 덜 나쁘냐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누가 덜 나쁘냐고?


자연을 훼손하고 생물의 다양종이 사라지고 그로 인한 재해는 갈수록 대형화되는데 그에 대한 원인이 비단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의 배출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나 동물복지단체가 주장하는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는 따지고 보면 끔찍한 예들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예들이 국내 축산업 현실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면서 국내 축산농가들이 억울하고 불편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국내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가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마치 국내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촉발시키는양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단체는 공공급식에 육식을 줄이고 대신 채식을 늘리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종권 공동대표는 세계식량기구(FAO)의 주장을 들면서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18%에 이르고, 이는 자동차 등 수송 분야 13%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원인인데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4배 더 강력하고, 가축의 먹이로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는 재배하는 과정에서 또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데, 이 비료에서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며 이는 이산화탄소의 296배 온실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전 세계환경단체 등이 제시한 육류 생산 시 소요되는 물과 땅과 기타 다양한 식물종과 동물종의 멸종 등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가 육류를 섭취할 때마다 마치 지구를 뜯어먹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2050 거주불능 지구>의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말을 빌리면 ‘축산업을 악당으로 끌어내리면 속은 편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너무나 거대해서 결코 고작 몇 사람 또는 한 두 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최근 국내환경론자의 주장과 섞어보면, 환경론자의 말처럼 육류를 줄인다손 쳐도 우리가 전등 스위치를 켜거나 비행기표를 살 때마다 그토록 감축하려 애써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육류 소비를 줄이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를 구하자는 그들의 행동이 정작 그들의 일상 습관으로 물거품이 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육류를 줄이자는 그들의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편협한 지식이 문제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영국 탄소배출량 절반은 비효율적인 건설 방식이나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전기, 의복에서 발생한다. 미국 에너지 사용량의 3분의 2 역시 낭비가 불러온 결과다. 
최근 비트코인의 열풍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는데, 채굴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량이 전 세계 태양전지판에서 생성되는 전력량을 초월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2019년 한 싱크탱크에서는 인터넷 포르노 사업이 초래하는 탄소량이 벨기에가 초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고 계산하기도 했다. 
웰즈는 앞으로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적으로 우리 인간의 행동에 달렸다고 한다. 상당 수 개발도상국, 중국, 인도는 물론 머지않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국가들의 성장 곡선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서구권 사람들은 아시아 지역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훨씬 더 많은 온실가스를 습관이라는 명목으로 배출하고 있다. 만약 평균적인 미국인이 생성하는 탄소발자국을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미국 전체 탄소배출량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한다. 
웰즈는 세계 상위 10%의 부자들이 평균적으로 생성하는 탄소 발자국을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3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학계에서 내놓는 전망이 점차 암울해지자 서구권 국가의 진보주의자들은 책임을 모면할 구실이라도 마련하고 싶었는지 소고기 섭취를 줄이고 전기자동차 이용을 늘리고 대서양 횡단비행을 줄이는 등 자신이 도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결백하다고 포장하는 방식으로 소비패턴을 조정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삼아 왔다. 
웰즈는 이는 절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 그리고 약해보이는 분야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술책이고, 그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