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모 대학의 명예교수는 신문의 칼럼에서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자리잡으면서 그 후유증으로 인류는 각종 만성퇴행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인간의 유전자는 채식에 더 적절하게 적응하게 되어 있다”는 설까지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원시시대와 고대 그리고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전체의 99%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인류는 채식을 주로 하는 식생활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육류 가치의 재발견


이후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다른 동물들을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육류는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채식보다는 육류가 맛이 더 좋고 영양가가 더 높다는 인식도 확산됐단다. 
이런 주장은 사실 허무맹랑하다. 무엇을 근거로 인간의 유전자가 채식에 적응되어 있는지, 인류 역사의 99% 동안 채식을 주로 하는 식생활을 지속했는지 원인과 결과가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문화인류학자나 진화인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과는 사뭇 다른 주장으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출처도 없이 개인의 생각으로 학문적 연구를 왜곡하는 것에 다름이 없다. 
문화인류학자들이 구분하는 인류 종(種)의 변화를 보면 300만년 전 선사시대에 살던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조차 과일과 유충, 곤충을 주식으로 했고, 몸집이 작아 수렵하기 힘들기는 했지만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그 이후의 호모 엘렉투스는 석기 도구를 사용하면서 다른 육식 동물이 남기고 간 사체의 다리뼈나 두개골을 쪼개 열량이 높고 영양이 풍부한 골수와 두뇌를 얻으면서 때로는 작은 사슴까지 사냥했다. 
학자들은 식물성에서 동물성 음식으로 이행한 것은 단지 환경에 적응한 행동에 지나지 않지만, 이 의도하지 않았던 이행은 선사시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했다고 한다. 
바로 육류 가치의 재발견이다. 고기가 인류의 진화에 진짜 중요했던 이유는 그 안에 열량의 양이 아니라 새롭게 얻은 질 때문이었다고 한다. 동물과 인간은 아미노산 조직 중 16개가 동일해서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대체로 8개만 같다) 동물성은 인간과 쉽게 동화된다. 즉 고기가 고기에게 이상적인 재료인 셈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동물성 음식을 많이 먹은 선조일수록 체격도 커졌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1.2미터였다면 호모 엘렉투스의 키는 1.8미터로 건장하고 훨씬 강해 육식동물을 피하거나 수렵하는 일에 능했다. 
‘프라코노믹스(괴짜 경제학)’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븐 래빗은 “원인과 결과를 제멋대로 뒤섞는 행태는 제멋대로의 대응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일례로 어느 독재자의 일화를 들었다. “어느 날 이 독재자는 의사들이 많이 사는 지방에는 질병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그는 질병을 없애기 위해서 의사들을 모조리 처형하라고 지시했다”고.
지금 육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공장식 밀집사육으로부터 비롯된 축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에서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축산업의 가치는 매몰되고 왜곡이 다시 왜곡을 불러 일으켜 마치 ‘있어서는 안될’ 산업인 것 마냥 ‘악(惡)’으로까지 비화됐다. 

 

‘저탄고지’ 효과 입증


인류학자들은 모든 생명체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칼로리를 얻으려고 한다며 ‘최적 수렵행동’을, 리처드 도프킨은 생존을 위해 최적의 행동을 한다는 ‘이기적 유전자’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채식에 더 적응했다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도 아니다. 
게다가 육류의 영양적 가치가 오히려 인체에 해롭다는 일부의 주장은 더더욱 그렇다. 육류의 영양적 가치가 높다는 논문은 모조리 축산업계에서 자금을 댄 자의적이고 의도적인 연구로 몰아붙이는 것도 ‘음모론’이자 완전히 자기중심적 확증편향이다. 
포화지방이 정말 나쁜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해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니나 타이숄스가 9년 간의 끈질긴 조사를 통해 <지방의 역설>로 답하고 있다. 
지방을 섭취하면 금방이라도 뚱뚱해져 건강을 해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대해, 그는 과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그것이 독선적이며 권력 지향적인 영양학계의 편견이고, 편향적 사고라고 지적한다. 그는 축산업계의 자금 지원으로 그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지방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시발점으로, 그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생물학자이자 병리학자였던 앤설 키스를 들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분을 뽑아내고 그것을 대중에게 어필하는 능력이 탁월한, 학자라기보다는 수완가라고 평가했다. 
과학적 정보가 부족했던 1950년대였기에 그의 연구(자신의 목적에 맞게 연구 데이터를 취사선택한) 결과가 설득력을 갖게 됐고, 정치와 권력과 야합하면서 오랫동안 정설로 굳어졌다고 했다. 
타이숄스는 최근의 연구 결과물들을 보면 우리의 믿음에 가까운 ‘상식(?)’이 얼마나 부실하고 부정확하고 왜곡된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이 오히려 심장질환, 비만, 당뇨 예방에 효과적인지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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