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인지 못해 고발 처분
미곡종합처리장과 정미소
순환 자원 인정 절차 복잡
참여 꺼려…자칫 범법자로
보조금 청구도 불가 ‘곤혹’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축산농가의 필수품인 ‘왕겨’를 ‘폐기물관리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왕겨가 폐기물로 분류되다 보니 농가들이 유탄을 맞고 있어서다.
왕겨는 RPC(도정공장)에서 벼 가공시 발생하는 부산물로 그간 축사 깔개 및 가축분뇨의 희석재로 사용돼왔다. 사용 후에는 부숙해 퇴비화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왕겨가 현행 ‘폐기물관리법’을 적용받는다는데 있다. 농산부산물이 하루 300kg 이상이면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해 배출자(RPC), 운반자(축협 등), 처리자(축산농가) 모두 허가를 득하고 폐기물 적법처리시스템인 ‘올바로’를 통해 처리해야 하지만 아직도 축산현장에서는 왕겨가 폐기물이라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말 일부 축협 등이 폐기물로 지정된 왕겨를 관계법에 따르지 않고 처리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처벌받는가 하면, 왕겨를 취급하는 RPC와 정미소에 벌금을 부과하고 유통 및 사업체를 단속하는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농가가 폐기물관리법에 적용받지 않고 왕겨를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미곡처리장이 사료관리법에 따라 제조업 등록을 해 왕겨를 사료로 지정·관리하거나, 미곡처리장이 관할 유역·지방환경청에 신청해 왕겨를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을 경우다.
하지만 왕겨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까닭에 미곡처리장들이 이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농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자칫 왕겨를 사용하는 축산인들 모두 범법자가 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에 따른 불똥은 육계업계까지 튀고 있다. 육계농가의 대부분이 왕겨를 깐 바닥에서 닭을 사육하고 있는데, 왕겨가 산업폐기물이라는 이유로 일부 지자체에서 2021년 육계사 깔집 지원사업 대상에서 왕겨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의성의 한 육계농가는 “지자체로부터 왕겨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보조금 청구가 불가하며 톱밥만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톱밥은 왕겨보다 가격이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 20여 년간 왕겨를 사용해왔는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파주의 육계농가 역시 “내 평생 왕겨가 폐기물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왕겨가 폐기물이라면 폐기물에서 가축을 키우고 그 폐기물로 다시 비료를 만드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한민족의 주식인 쌀 부산물을 폐기물로 분류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오해의 소지도 높다”면서 “왕겨 및 쌀겨를 폐기물관리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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