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육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시작은 축산업이 밀집형 공장식 축산으로 바뀌는 변천과정에서 동물을 무심하고, 잔혹하게 다루는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교육자인 찰스 패터슨이 <동물 홀로코스트>를 저술하면서 그러한 잔혹한 방식의 축산업을, 약자를 다루는 ‘나치’식의 방식이라고까지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


하지만 여기에 수많은 전문가들의 논평과 연구를 더해, 마치 육류에서 얻어지는 지방이 몸을 해롭게 한다는 주장은 왜곡되어도 너무 왜곡됐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포화지방이 심장 질환과 비만, 당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수많은 연구는 대부분 축산업자들이 육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자금을 지원한 연구라고 폄하해 버린다. 
한 번 축산이라는 산업이 ‘살생’을 기본으로 하고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자 그것을 증명하려는 무리한 주장들까지 우후죽순으로 나온다. 그리고 연구의 중립성이나 객관성에 대해 따져보지도 않고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는 것으로 확고하게 믿어버린다. 
도대체 전문가들은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권위와 권력과 야합하거나 또는 자본과 결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과연 우리는 전문가들의 논평이나 연구를 믿을 수 있을까?
마이런 폭스 박사는 1973년 ‘의료인 교육에 있어 수학적 게임이론의 활용’이란 제목의 강연을 세 차례 진행했다. 강연을 들은 의료계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의 내용이 어떠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거의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수학적 게임 이론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폭스 박사는 누구일까? 그는 게임 이론의 ‘게’자도 모르는 철저한 문외한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심리학자인 도널드 나프툴린 교수의 실험에 고용된 배우로, 나프툴린이 알려주는 대로 강의의 모든 내용을 달달 외워서 전달했을 뿐이다. 
사실 그의 강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서로 모순되는 것도 많았고, 인용한 참고문헌도 엉터리였으며, 의미 없는 개념들을 화려하게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의료계통의 전문가들조차 ‘게임이론’이라는 전혀 생소한 학문과의 접목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도 그가 엉터리라고 눈치채지 못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폭스박사 효과(Dr. Fox Effect)」라고 부른다. 
이와 비슷한 일이 1996년에 또 있었다. 물리학자 앨런 소칼 교수는 과학의 합리성을 비판하는 논문을 문화연구학회지에 제출했다. <소셜 텍스트>라는 학회지는 과학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소칼의 논문은 별 근거 없이 과학을 비판하는 내용들을 여기저기 끌어 모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한 논문을 제출했지만, 학회지 편집자들은 소칼의 짓궂은 장난을 눈치채지 못하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학회지에 게재했다. 
소칼이 장난을 친 이유는 단순히 인문학자들이 과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비판만 가한다는 점을 놀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례는 한 번 읽어서는 이해되지 않는 말이라 해도 권위적으로 보이게끔 포장하면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점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편협과 편견의 결과


마이클 마호니라는 심리학자도 비슷한 연구를 통해 이와 비슷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가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은 75명의 행동주의 심리학자였다. 두 개의 상반된 버전을 그들에게 보냈다. 그 결과 취합된 내용은 전문가들도 그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동일한 실험방법론을 적용한 논문이었기에 객관적인 눈을 가진 학자라면 상반된 결과를 낸 논문을 거의 비슷한 점수로 평가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의 견해와 같은지 아닌지에 따라 점수 차이가 났던 것이다. 
마호니는 이 결과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분야를 깊숙이 파고듦으로써 보통 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은 바로 그 때문에 그렇지 않은 증거를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려고 한다”고 결론 내렸다. 
1920~1950년까지 미국에서는 신생아들 중 가슴샘 혹은 흉선이라고 부르는 호르몬 분비기관이 비대해져, 기도를 압박하는 증상으로 질식해 사망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당시 의사들은 이를 예방하려면 방사선 치료법으로 아이들의 흉선을 미리 축소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예방법이 잘못됐다. 비대해졌다고 판단했던 흉선이 사실은 정상적인 크기였던 것이다. 그렇게 오해한 이유는 연구용으로 사용한 시체의 흉선이 전체를 대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진료는 잘못된 표본으로 전체를 설명하려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믿는 육류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다. 포화지방에 대한 반대는 엄연한 사실의 근거가 아니라 편견과 타성에 젖은 세태다. 
우리가 사물과 사건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믿어온 많은 사실들이 따지고 보면 살아오면서 쌓여온 편협과 편견의 결과라는 깨우침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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