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식약처가 추진 중인 소비기한 도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기한 도입을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낙농업계다. 
낙농업계는 우유의 소비기한 도입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제도 도입 전에 안전한 유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냉장 여건상 선제적 제도 도입은 안전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점에서의 냉장 온도 관리는 소위 말해 엉망진창이다. 
대형할인점이나 대형유통 등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체적으로 냉장 온도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온도 차는 상당하다. 
현행법상 유통점에서는 0~10℃ 사이 온도에서 진열·판매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냉장고 온도는 준수하되, 냉장 제품 온도까지 준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냉장고와 제품 모두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어커튼이나 스크린 등을 통해 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판매가시성, 진열 효율성 등을 이유로 우유나 유제품 등의 식품류는 거의 모두가 오픈 쇼케이스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에는 캔에 밀봉되어있는 맥주나 음료 등 상온 유통이 가능한 제품들은 닫혀있는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픈쇼케이스는 위치를 불문하고 온도가 제각각이다.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따닥따닥 붙여 상품을 비치하기 때문에, 냉기가 제대로 돌 수 없는 구조다. 냉기가 유지되기는 더더욱이 어렵다. 육안으로 보기에 팩 상태가 부풀거나 장시간 진열된 상품의 경우에는 위치를 바꿔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 상태로 판매하거나 폐기된다는 게 한 편의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소비자 연맹이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통매장의 법적 냉장 온도 준수율은 70~80%이지만 유통매장 자체 설정 냉장 온도와 진열대 내 냉장식품의 표면 온도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정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식품을 보관하였는데도, 변질 등 문제 발생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가 27.0%에 달했다. 
이에 낙농업계는 선진국 수준의 법적 냉장 온도 기준 강화, 냉장 관리·유통시스템 정착, 적정온도 및 식품안전 관리에 대한 소비자교육 등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낙농업계는 법적 냉장 온도를 현행 0∼10℃ 이하에서 선진국 수준인 0∼5℃ 이하로 조정해, 변질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여름철(5~8월)에 식품의 식중독균 증식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법 개정 시 유예기간 확보를 통해 안전관리강화 및 소비자 인식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법을 개정한 뒤에 유예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안에 모든 일을 해내겠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유예기간이 능사는 아니다. 
유예기간은 말대로 법 시행을 미뤄두는 것이지 기준마련 및 제도의 보완 기간이 아니다. 기본이 닦여있어야 유예기간도 의미가 있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면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단지, 실적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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