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개선을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개선을
  • 한정희 기자
  • 승인 2021.04.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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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강화’ 방침은 농업·농촌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가들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실효성이 부족한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농가의 경제적 부담과 일손 부족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있지 않도록 개선해야 했다. 농가들이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조치라는 비난을 피해 가지 못하는 이유다.
현행법에 따르면 농지에 주거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농가들은 가설건축물을 설치해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기도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을 강화하고,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 등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고용부는 농가들의 거센 반발에 숙소개선을 전제로 6개월(9월 1일) 간의 이행기간을 부여하고 숙소를 신축 할 경우 1년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축산농가도 숙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관리사는 가축의 관리를 위해 설치한 시설로, 주거 목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관리사는 대부분 농지가 아닌 목장용지, 잡종지에 위치해 있고, 가설건축물도 아닌 일반 적법한 건물로, 주방·욕실·침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관리사는 축산농장 부속건물이라는 이유로 건물대장에 주거시설로 표기하지 못해 숙소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축산농장들은 관리사를 숙소로 인정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지에 설치한 가설건축물은 주거용 신고필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국회의원들이 농가들의 어려움 해소에 힘을 보탰다. 하영제 의원(국민의힘, 경남 사전시·남해군·하동군)은 지난달 19일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농가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 의원은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의 거주를 위해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냉난방장치, 급수장치 등 주거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농지의 타용도 일시 사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민 의원(국민의힘, 용인시갑)은 지난달 29일 농지에 외국인 근로자 숙소 마련을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많은 농가들이 가설건축물에 냉난방시설과 소화기·화재경보기 등 안전시설을 구비하는 등 주거환경 개선에 애쓰고 있다”며 “단지 미신고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확립과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환영할 일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농가들의 경영 여건과 현실도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 관리사를 숙소로 인정하고, 농지의 가설건축물이라도 규정에 적합한 주거환경 시설기준을 갖췄다면 타용도 일시허가를 받고 고용허가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농가도, 외국인 근로자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 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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