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쟁취 총궐기대회’

살처분 산란계농가들이 보상금 현실화를 외치며 농식품부 모형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살처분 산란계농가들이 보상금 현실화를 외치며 농식품부 모형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전국 산란계농가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턱없이 낮은 살처분 보상금 지급으로 부도 위기에 놓인 산란계농가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지난 24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서는 고병원성 AI 살처분 보상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 쟁취를 위한 궐기대회’가 개최됐다.
특히 이번 집회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방역복을 입고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진행됐다. 그만큼 절박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60여 명의 산란계농가들은 △무차별적 살처분 중단 및 AI 방역대책 전면 개정 △턱없이 부족한 산란계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 △이동제한지역 재입식 완화 △고병원성 AI 발생농장의 과도한 감액 폐지 △안전성 보장없는 계란수입 전면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관철될 때까지 투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특히 정부의 비현실적인 보상체계 시정을 강력 촉구했다.
기존 살처분 보상금은 생산비와 잔존가치를 정해 일괄 지급했지만 현재는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통한 농가 개별입증 방식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현금거래 위주의 거래가 많은 농가들의 특성상 명세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보상금 산정기준 역시 현 시세가 아닌 고병원성 AI 발생 전월 평균 시세를 적용한다는 것. 때문에 살처분 보상금이 실 소요비용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됨에 따라 산란계농가들이 재입식을 포기해야 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황승준 비대위원장은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병아리와 중추값은 3배 이상 오른 반면 살처분 보상금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농가들의 재입식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현재 살처분 보상금 산정기준을 과거 기준으로 재산정해 농가가 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비대위는 정부에 중추 입식자금 지원을 건의한 바 있다. 이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1인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산란계 살처분 농가 왜 거리로 나왔나

 

[기자 간담] 안두영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장 

 

 

“보상금 쥐꼬리…재입식 포기할 판”

 

 

방역정책 협조한 결과가

비현실 체계로 파탄지경

증빙자료 대부분 어렵고

고령농 방법 몰라 발동동

 

정부 기준변경 통보 안해

협회조차 조정사실 깜깜

감액 기준도 과도한 잣대

현실에 맞는 보상 바람직

 

 

“살처분 보상금이 실제 소요비용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됨에 따라 우리 산란계농가는 재입식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을 현 시세로 재산정하고 항목별 단일화된 비용으로 책정해야 한다.”

안두영 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의 주장이다. 

안두영 위원장은 ‘고병원성AI 살처분 농가 생존권 쟁취 궐기대회’ 개최에 앞선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무분별한 AI 방역정책에 따른 산란계농가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협조해 사육하던 닭을 몽땅 살처분한 결과 비현실적인 보상체계로 인해 파탄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것. 닭을 입식하려 해도 병아리와 중추가격이 3배 이상 오른 까닭에 살처분 보상금만으론 산란계농가들의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같은 원인으로 지난 2018년 8월 개정된 ‘살처분 가금류 보상금 산정기준’을 지목했다. 

기존 산란계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은 단일화된 단가를 적용해 일괄 지급했지만 이후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기반해 산정하는 것으로 조정됨에 따라 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명세서가 없는 농가들이 많다”면서 “사료비, 병아리 구입비 등은 증빙서류가 있지만 수선비, 용역비 등은 영수증이 없이 지출되는 비용이어서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고령농의 경우 입증방법을 몰라 보상금 지급 관련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생산비가 낮은 농가는 보상금이 적고 생산비가 높은 농가는 보상금이 많아지는 불합리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살처분 보상금 산정기준이 ‘AI 발생 전월 평균시세’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통상적으로 AI가 발생하면 병아리와 중추값이 뛴다. 발생 전보다 3배 이상 가격이 오른 시점에 발생 전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보상금만으로 과연 재입식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안 위원장은 이같은 보상금 산정기준 조정과 관련해 양계협회와 농가들은 변경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다고 분개했다.

산란계 살처분 보상금 산정기준 조정 알림 건은 법제처와 농식품부 등 홈페이지나 관보에 공지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양계협회에 공식문서가 전달되지 않아 협회조차 이같은 조정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8년 보상기준 산정 조정 알림은 광역지자체에만 통보되고 양계협회와 시·군 지자체에는 통보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 산란계농가들은 기존 2014년 기준에 의해 보상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만약 살처분 보상기준 조정건을 알았더라면 우리 산란계농가들은 AI 발생에 대비해 입증서류를 준비했었을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산란계 살처분 보상금 조정 통보가 없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AI 발생시 농가의 방역 및 소독시설의 취약상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살처분 보상금에 대해 과도한 감액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발생농장은 기본 20% 감액과 함께 교육 미이수 10%, 신고지연 최대 40%, 외국인 근로자 미신고 최대 60%, 시설 출입차량 미신고 20%, 방역기준 위반 건별 20%, 최근 5년 이내 재발생 최대 80% 등 과도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살처분 이후 최대 6개월간 수입이 없는 농가에 대한 과태료와 고발 등 무분별한 행정조치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근간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살처분 보상금을 받아 땅을 사고 빌딩을 올리는게 아니다. ‘대체 얼마나 더 받으려고 저러나’라는 따가운 눈초리도 우리 농가에게 큰 상처”라며 “우리 농가들은 과도한 보상이 아닌 적정 보상을 원한다. 산란계 3동을 키우던 농가가 감액된 살처분 보상금으로는 1동밖에 입식할 수 없는 만큼 재기할 수 있는 비용을 지급하라는 것 뿐”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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