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극단적 채식주의자들과 육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육류가 인체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가설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실험 결과를 차용한다. 
인간의 육류 섭취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체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대부분이 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성 단백질의 체내 영향을 따지게 된다.

 

입맛대로 갖다붙여


하지만 그들은 그에 반대되는 많은 실험 결과가 나오자 축산업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자금을 대고 있다는 것과 그 결과들이 단지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사뭇 모순된 주장을 해온다. 
그리고 대규모 인체 실험(일부러 상황을 만들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니었지만)으로 1차 세계대전 직후 덴마크의 상황을 ‘코호트’ 실험을 예로 들고 있다. 인구 300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 결과라면서 육류가 인체에 얼마나 부정적인가를 강조한다. 
코호트 실험이란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같은 시기를 살아가면서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말한다. 
1917년 10월에서 1918년 10월까지 1년 동안, 독일에 항복한 덴마크에 대해 연합국 측은 수입봉쇄를 단행했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켈 힌데드 박사에게 전국의 식량배급 계획을 전담케 한다. 
미켈 박사는 육류 생산을 중지시키고 가축류에게 먹일 곡물을 국민에게 직접 배급했다. 당시 인구 3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채식 실험이었다. 후에 이 실험 결과를 조사한 과학자들은, 당시 사망률이 조사가 이뤄진 그 어떤 시기보다 낮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전 18년 간 평균 사망률보다 무려 34%나 감소했던 것이다. 
이 결과에 대면한 과학자들은 채식 식단과 사망률 감소의 연관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30여년 후, 노르웨이의 경우에서도 같은 결과를 봤다. 순환기 계통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확연하게 감소했다며 채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쟁 이후 노르웨이인들은 다시 이전의 식생활로 되돌아갔고, 그에 따라 사망률도 높아졌다. 동물성 지방의 소비량과 순환기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간에는 거의 정비례라고 할 수 있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수치상으로 드러난 이 실험에 대한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럴 듯하다. 굶주림에서 오는 사회 역학적인 문제들을 모두 제외한다면 이러한 주장도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덴마크와 노르웨이와 같은 예인 ‘네덜란드 대기근’의 결과를 놓고 분석한 결과들은 어떨까? 여기에서도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까?
사회역학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부교수는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네덜란드의 대기근’을 사회역학자의 입장에서 접근한다. 
네덜란드의 대기근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어 네덜란드 남부 지역을 막 점령한 뒤의 이야기로, 독일군으로부터 라인강을 되찾기 위한 공수부대 투입작전이 실패하자, 런던에 있던 네덜란드 임시정부는 독일군의 증강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 철도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요청한다. 

 

객관적 판단 내려야


독일군은 이 파업으로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네덜란드 서부 지역을 둘러싸고 그 지역을 향하는 모든 식량과 연료 배급을 통제한다. 2만 명의 네덜란드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사망한다. 물론 사망원인은 순환기 질병이 아니다. 
전쟁 중에도 하루 평균 1800kcal를 섭취했던 이들이 1944년 10월부터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800kcal 미만으로 살아가야 했다. 이들은 덴마크, 노르웨이인들과 달랐을까?
네덜란드의 비극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도 이후 이들의 건강상태를 비교 연구했다. 이때 태어난 태아가 훗날 다양한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을 연구한 결과 심장병은 3배, 정신분열증인 조현병은 2.6배나 높았으며,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육류가 다양한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육류 반대자와 극단적 채식주의자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60만 명이 아사한 봉쇄 당시의 레닌그라드 지역 주민, 1958~1962년 마오쩌둥의 잘못된 개발정책으로 굶주려 아사한 4000여만 명의 대약진운동 시기에 태어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육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마치 ‘수면자 효과’와 같다. 수면자 효과란 믿을 수 없는 출처에서 나온 정보를 접할 때 처음에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믿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정보의 신뢰도는 다음 문제다. 해당 주제에 관심이 클수록 이 메커니즘의 효과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또 수면자 효과는 그 반대의 효과도 일으킨다. 때문에 우리가 정보를 접할 때 한쪽의 입장만을 고수해서는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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