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민감한 행동을 피하는 것을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상대가 감정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한 웬만한 일에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크게 화낼 일도 아닌데 주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반응하고, 빈번하고 강하게 감정을 폭발하는 비생산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너무 커서 사소한 비판에도 죽기 살기로 끝장을 보려고 한다. 

 

산업간 불평등 심각


영국 노팅엄 의과대 사회역학 명예교수인 리처드 월킨슨과 미국 요크대 역학과 교수인 케이티 피킷은 <불평등 트라우마:원제 The Inner Level>에서 그 원인을 심화된 불평등에서 찾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풍요로워진 지난 30년 동안 미국에서 사회 불안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가 전체 인구의 2%에서 12%로 증가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영향도 크지만 결정적인 것은 사회적 비교에서 오는 불안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본인의 노동의 대가에 대한 만족도는 그 금전적 액수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타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지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사회적 비교가 자신의 자존감에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우리 국민들이 이전의 사회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국가의 부’라는 대전제를 놓고 산업 간의 차별을 인위적으로 구별한 대가는 갈수록 심화된 불평등이다. 
월킨슨 교수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은 단순히 생활수준의 차이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불평등은 사회적 평가에 대한 위협을 강화시켜 지위 불안과 스트레스를 심화시키고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소득의 격차가 큰 사회에 사는 사람일수록 건강상태가 더 나쁘고, 기대수명은 짧으며, 영아 사망률과 정신질환, 불법적인 약물 사용과 비만 인구의 비율이 더 높고, 사회관계도 훼손된다고 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폭력사건이 많고, 수감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에 신뢰도가 낮고 공동체 생활이 빈약하며, 아동의 삶 기회도 손상시킨다. 아동의 행복 수준과 교육 성취도가 낮고 10대 출산은 빈번하고 사회적 이동성이 낮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보장이 빈약한 한국 사회에서 기대수명이 높은 것은 좀 의아스러운 결과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농경사회의 핵심이던 가족 중심의 생활이 아직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세계 각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수출 증대를 통한 국가의 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그에 맞는 온갖 논리가 제공되지만, 그 반대 산업의 황폐화에 대해서는 자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자료들이 대기업 산하의 연구소나 협정을 주도하는 정부 연구기관의 통계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농촌가구의 연간소득이 도시근로자의 그것에 비해 70%에 불과하다는 점은 간과된다.

 

본래 뜻 왜곡하는짓

 
농업소득은 갈수록 감소되고 농업외소득이 증가하는 소득구조는, 농민들에게 농업 이외에서 소득원을 창출하라는 비정상적 구조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근로자에게 줄어드는 급여를 파트타임 등 ‘투 잡’으로 해결하라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뭔가? 국가의 부가 창출되면 도대체 어떤 혜택이 모두에게 고루 주어질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마다 언론에서조차 홀대받거나 외면당하거나 아니면 아예 배제되는 ‘농민’이, 수출을 주종으로 삼아 승승장구하는 대기업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은 단지 이론일 뿐이다. 
대기업의 이익은 물론 그들이 지불하는 세금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배분되는 것은 맞지만 그 혜택의 대부분은 총수 그룹이나 주주들에게 일뿐이다. 국민 전체에게 되돌아간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다. 게다가 그 이익의 제공자는 개방으로 인해 붕괴될 위기에 처한 산업의 일꾼들이다. 
다시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대한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돌아가 보자. 
참여국들은 전자상거래에서 역내 데이터 거래를 촉진하고 데이터 서버의 현지 설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세 부과 금지 등 디지털 보호주의를 경계한다. 아울러 금융 서비스와 외국 자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고급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며, 투자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향후 국가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은 또는 농민들에게 각자도생하라는 무책임한 행정은 국민의 생명산업을 포기하는 극단적 선택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는 구실로 ‘식량산업의 종속화’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를 택하는 것은 본래의 뜻을 완전히 왜곡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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