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공감하지만 현장 무시
숙식에 적합한 건축물 경우
단속 대상에서 제외해줘야”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유예기간 없이 올해 1월 1일 즉각 시행 중인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에 대해 농축산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단체들은 “농업·농촌 현장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농가에 과도한 책임과 규제만 강제한다”며 “유예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3일 제 2축산회관 회의실에서 2021년도 제2차 생산자단체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이와 관련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 강화’ 규탄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숙소 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E-9)를 배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 환경이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는 외국인 근로자가 희망 할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자체에 주거시설로 신고한 가설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도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강화된 기준을 충족해야만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한다고 전했다.
한 생산자 단체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인권 확립과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 방침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며 “농지에 지은 가설건축물이라도 주거기준에 부합하면 신고필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축산농가에서 숙소로 사용 중인 관리사도 단속 대상이다. 현장에서는 축사의 부속시설인 관리사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숙식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관리사의 경우 농업용 생산관리시설이란 이유로 주거시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축단협은 관리사가 숙식에 적법한 건축물인 경우 주거시설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하태식 축단협 회장은 “관리사의 용도를 숙소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허가 신청을 허용해 줄 것과 관리사를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용허가 신청 허용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농식품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무허가 적법화 대책을 통해 적법화한 관리사(숙소)를 불법건물로 단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점검 목적에 맞도록 비닐하우스, 농막 등을 숙소로 이용하는 경우에만 단속하고, 관리사로 신축한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농연은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실시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용노동부는 농업·농촌의 열악한 현실이 안중에 없다”며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하겠다는 것은 농업인들에게는 폐업 선고와 같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 개선 과정에서 농업계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했지만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근로·거주 환경 마련을 위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농식품부는 “적용 시기 유예와 관련해 부처 간에 협의 중이다”며 “관리사의 용도 변경 허용 건은 단체의견을 수렴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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