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 자조금 거출률이 바닥을 치던 한 자조금 관리위원장 선거에서는 A가 당선되면 자조금을 거출하고 B가 당선되면 자조금 거출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선거에서는 B 후보가 당선됐는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해당 자조금을 3%도 채 거출하지 못했다.
#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지만, 때로는 선거를 치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조직에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선거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 축산관련단체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이같이 토로하면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선거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했을까. 
축산관련단체들이 새로운 수장에 대한 기대와 앞으로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도 선거 후유증을 더 걱정하고 있다. 
오랜 경험으로 ‘선거=갈등 유발’의 시작이라는 강한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자유의사에 따라 임원 또는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 생각을 잘 반영해서 단체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론 정치적 행위와 정서로 표를 행사 하는 것이 대다수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각과 이념, 가치관이 다른 경우에는 강한 대립이 나타나기도 하고 상호 간의 주장이 맞붙게 되면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선거는 단 하루지만, 선거 전후로 벌어지는 일들의 영향은 선출된 권력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 때문에 자신의 단체 혹은 집단의 수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선거가 과열될수록 더더욱 후유증을 피하기는 어렵다. 축산관련단체들은 짧으면 2년 길면 4년에 한 번씩 조직의 수장을 선출한다. 선출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그들이 거쳐 가는 과정은 비슷비슷하다. 
올해는 축산관련단체 협의회장을 포함해 9개의 단체의 수장이 교체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해 선거가 더 어렵고 복잡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상반기 선거를 앞둔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온·오프라인 두 가지 방법 모두의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오프라인 선거를 치르겠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차선으로 온라인 문자투표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생소한 온라인 문자투표보다는 되도록 현장 투표를 통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달 뒤에 예정된 한우자조금 선거도 마찬가지다. 
아예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선거를 치르겠다는 단체들도 있다. 축산물처리협회, 한국오리협회, 한국육계협회 등은 AI와 거리 두기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다 되도록 현장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 
상반기에 치러지는 선거 때문에 벌써 축산단체들은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선거 방법부터 일정 확정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상황이 긴장감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어찌 됐건 선거를 치르고 수장을 뽑는 이유와 목표는 하나다. 회원 농가의 권익 보호와 소득 증대.
내가 선택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선출됐다 하더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같으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도 안 된다. 
선출된 사람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농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해결을 하는지, 지켜보면서 지속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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