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웃돈 주고 물량 비축
“안정한다”며 상승 부채질
소비쿠폰 구매 권장하더니
가격 높다고 수입 물꼬 터
유통질서 교란만 더욱 가중

정부가 계란 가격을 잡겠다며 또다시 계란 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7년 당시 인천공항의 미국산 신선란 수입현장.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AI 발생으로 계란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설 성수기에 대비 계란 비축 정책을 강행해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의 수매 정책이 오히려 계란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내는 등 유통·거래 질서를 흩트리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설 명절에 앞서 계란을 일부 비축해 적정한 시점에 방출해 소비자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을 내놨다. 1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농협을 통해 비축한 계란 225만 개를 1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2주간 농협유통을 통해 판매한다는 게 이 정책의 골자다.
문제는 이같은 비축 정책이 계란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데 있다. 
원활한 계란 비축물량 조달을 위해 개당 30원까지 웃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개당 170원 하던 계란값이 200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것. 때문에 계란유통상인들이 산지에서 계란 매입 시 정부와 매입가격 경쟁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부의 계란 비축 정책이 유통질서와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등 악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 업계 전반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지난 15일부터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시행한 계란 20% 할인쿠폰 발행사업 역시 계란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물량이 남아돌 땐 쿠폰행사 등으로 소비를 장려해 물량을 소진시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나, 계란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하는데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란이 모자란데 비축하고 할인쿠폰을 발행해 소비를 촉진하는 정부의 조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면서 “정부는 세금으로 계란을 사고, 유통인은 빚내서 계란을 사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계란가격을 급속히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정부가 계란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또다시 외국산 계란 수입을 추진 중이라는데 있다. 기본 관세율이 8~30%인 신선란, 계란가공품 등 8개 품목에 대해 총 5만 톤 한도로 오는 6월 30일까지 무관세로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이에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와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가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19일 대한양계협회, 20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각각 성명을 내고 이같은 정부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계란 수급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란 비축과 소비쿠폰 발행으로 가격 인상을 조장한 정부가 항공료까지 대줘가며 계란을 수입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6~2017년 AI 당시에도 정부가 계란 수입을 강행했으나 가격상승 억제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채란업계의 장기 불황을 만드는 원인이 됐다”면서 “무분별한 살처분 정책으로 계란 생산기반을 붕괴시키고 외국산 계란을 수입하는 정부가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외국산 계란 수입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이를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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