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SF 특별 방역대책」 산업계가 발끈
정부 「ASF 특별 방역대책」 산업계가 발끈
  • 한정희 기자
  • 승인 2021.01.22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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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설치 실효성 없고
획일적 권역화 현장 무시
뻔히 보이는 답 애써 외면
실패한 정책만 무한 반복
한심하다 못해 울화통만”

농가·도축장·육가공업체
방역전문가까지 맹비난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정부의 ASF 특별 방역 대책 발표에 한돈농가, 도축장, 육가공업체 등 산업계 전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16개 구역으로 나눠 돼지와 분뇨 이동을 제안하는 권역화 시행 예고에 방역 전문가와 농가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경기·강원 북부 지역 권역화 정책 오판이 ASF 사태 악화로 이어졌다”며 “실패한 정책의 전국 확대를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돈농가들은 “직접 돼지 키워봐라. 현장을 모르는 정책에 울화가 치민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SF 양성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강원 영월과 양양에서 계속해서 발견됨에 따라 지난 14일 ASF 특별 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서는 1단계로 영월 발생지점 중심 3개 시도를 권역화(강원남부, 충북북부, 경북북부)하고, 2단계로 향후 전국을 16개 구역으로 권역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돼지와 분뇨는 구역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A 방역 전문가는 “ASF 야생멧돼지가 연일 발생하는 작금의 상황이, 울타리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획일적인 권역화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식 책임 회피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패했던 정책인 권역화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겠는가? 말문이 막혀 실어증이 생길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다수의 한돈농가와 전문가들은 ASF 방역 정책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현재 방역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데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정책이 되려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개선점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B 한돈농가는 “ASF 확산 경로를 따라가면 답이 보인다. 과거 야생멧돼지 CSF(돼지열병) 확산 경로를 보면 명확하다”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현장의 데이터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는가? 이들이 일부러 외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뻔한 원인이 눈앞에 있는데, 농가만 점점 고통스럽게 만드는 현실이 비참하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야생멧돼지가 ASF 확산의 가장 큰 매개체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체코와 벨기에처럼 야생멧돼지의 ASF 청정화를 왜 못하는지 반성하고 반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 한돈농가는 “K방역은 농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방역 정책이라면 농가가 희생하더라도 따라야 하겠지만, 효과도 없는 방역 정책으로 농가만 고통을 짊어질 수는 없다”며 “ASF 발생으로 살처분된 돼지 45만 마리의 희생이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농가들은 그동안 일관된 목소리로 요구했다. ASF 근절을 위해서는 야생멧돼지의 ASF 청정화부터 실현해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제발 귀를 열어달라”고 토로했다.

D 수의사는 “권역화 정책은 현장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실효성과 현실성이 없는 한심한 대책”이라며 “종돈 입식, 돼지 이동, 출하, 분뇨 등 통제 속에서 한돈농장의 홀로서기는 불가능하다”며 “야생멧돼지가 자유로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농가만 옥죄는 정책을 낸 사람에게 돼지를 직접 키워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돈산업은 좁은 국토 안에서 필요한 다양한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키는 효율적인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권역별 조치는 한번 시행하면 언제 해제될지 기약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권역화로 어떤 방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며 “기존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권역화 정책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 수의사는 “담장 넘어 야생멧돼지가 활개치는 상황에서 농장 단위 방역 강화를 통한 ASF 유입 차단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ASF 방역 정책의 시작은 야생멧돼지의 획기적인 감축이다. 개체수 감축 실패는 ASF 청정화 노력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강화된 8대 방역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설 요건 완화 및 자금 지원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방역 시설을 강화한 농장은 방역대에 포함되어도 살처분이나 이동제한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식품부는 지금과 같은 방역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황을 직시하고 농가를 위한 방역 대책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야생멧돼지의 ASF 청정화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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