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강도 높은 감산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낙농업계가 잠잠(?)하다. 
지난해 말 낙농진흥회, 남양유업 등이 감축안을 내놓고 1월부터 시행할 것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맴돌았던 것과 달리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실상 개개인 농가들을 살펴보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기준원유량의 4% 감축을 2년간 이어가고, 남양유업은 올 한 해 동안 기준원유량의 10%를 감축한다. 부산우유는 계절별로 8~12% 사이에서 감축안을 적용하고, 빙그레, 비락, 푸르밀 등은 10% 내외로 감축한다.
이번 감축에서 제외된 곳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서울우유와 매일은 감축 없이 올 한 해를 시작했다.
한 낙농가는 “원유가격 협상처럼 전국의 낙농가들이 한뜻 한목소리를 낼 수라도 있다면 대응을 해보겠지만, 집유주체와 개개인의 계약에 의해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각각의 입장이 다다르기 때문에 공통의 의견을 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낙농가는 감산 정책이 시행된다는 소식에도 감흥이 없다고 했다. 이미 자신의 집유주체는 2014년 이후 계속해서 기준원유량 100%를 채워준 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 농가와 가까운 곳에서 다른 집유 주체에 납유 하는 농가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수년째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아무리 가깝더라도 남의 집안 사정까지는 알지 못한다는 그는, 자신의 집유주체는 이번에도 감축 없이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남들도 그러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생산자 단체는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이제는 목소리를 잃은 것 같은 모양새로도 비치고 있다. 
과거 원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영남우유가 폐업했을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4년 50여 년간 명맥을 이어왔던 영남우유가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고 영남우유의 폐업으로 인해 7개의 목장이 납유처를 잃었다. 
이 중 몇몇 목장은 목장을 접는 것을 선택했고 나머지 농가들은 자신들의 원유를 받아줄 납유처를 찾아 나섰지만 구제받지 못했다. 
당시 원유가 넘쳐나면서 전 유업계가 감산 정책을 펼칠 때라 이들을 받아줄 곳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들이 납유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집유주체의 쿼터를 새로 매입해야 하는데 천정부지를 달리던 쿼터 값은 이들에게 좌절을 안겨줬다.
그 어떤 집유 주체도 나설 수 없었고 정부 차원의 구제도 불가능했다. 
최근 낙농업계의 상황을 살펴보면 제2의 영남우유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집유주체들은 수년째 경영 압박에 시달리면서 강도 높은 감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은 좋아지긴커녕 코로나 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시장의 여건이 나아질 기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해서 상황이 이어지면 제2의 영남우유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각개전투는 한계가 있다. 
내가 아니라고 해서 덮어두고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이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위해서는 고통을 분담할 용기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내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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