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대한민국 닭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인해 매일 수만 마리의 닭들이 땅에 묻히고 있어서다.
발단은 지난 2018년 12월 개정된 AI SOP(긴급행동지침)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기존 AI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 관리지역에서 3km 이내 보호지역까지 확대되며 무차별적인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SOP에는 500m~3km 내 보호지역에 위치하더라도 지자체 가축방역심의회의 결과에 따라 농식품부와 협의해 살처분 범위를 조정 가능하다고 명시돼있지만, 방역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AI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의 가금류 일체를 살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가금산물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 발생 전 과잉공급으로 바닥을 치던 가금산물 가격은 AI 발생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란의 경우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수도권 유통상인의 경우 웃돈까지 얹어가며 구입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추세로 살처분이 지속된다면 한번 발생하면 이듬해 봄철까지 발생하는 AI의 특성을 감안할 때 수개월 내에 국내 양계산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양계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무조건적인 살처분을 강행해 가금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 2016~2017년 고병원성 AI 발생 당시처럼 계란 한판 가격이 1만 원을 호가하는 일이 되풀이될지 모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계란값을 잡겠다며 항공비까지 대줘가면서 미국산과 태국산 계란을 수입했던 사례를 벌써 잊어버렸는지 묻고 싶다.
1월 14일 현재 이미 전국 297개 농가의 1629만6000마리에 달하는 닭과 오리가 땅에 묻혔다. 
정부는 무차별적인 살처분 정책을 중단하고 선별적인 살처분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발생농장에 대해서는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되 그 외의 농장에 대해서는 축종, 역학관계, 지형특성, 방역실태 등을 토대로 발생위험도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 신중한 살처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양계인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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