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친화적 목장 만들기 10년…마침내 결실

국내 첫 양돈서 활용하는
‘수직발효기’ 농장에 설치
완숙 퇴비 커피원두 연상
퇴비장은 악취·벌레 없어

기기는 일 거들기만 할 뿐
분뇨 특성 알기 먼저 습득
벼 벨 때부터 겨울철 대비
밑 작업인 예비 부숙 시작

‘예비부숙’ 퇴비 활용 하면
전기세·배출 간격은 줄어
목장 환경 맞는 방법 선택
미래지향 의지가 우선 과제

이상헌 현진목장 대표는 축분 처리기기는 올바른 퇴비처리를 위한 보조수단일 뿐 퇴비 생성기가 아니기 때문에 농가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져야만 제대로 퇴비처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직 발효기를 통해 수분조절 및 부숙이 거의 완료된 퇴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헌진목장은 완숙퇴비를 퇴비장에 적재하고 수분조절제로도 활용한다. 완숙퇴비는 마치 분쇄된 원두같은 모양새를 띄며 냄새가 거의 없다.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퇴비 부숙도 의무화가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아직도 퇴비부숙에 어려움을 겪는 낙농가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분의 특성상 발효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수분조절과 산소공급을 인위적으로 해줘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추가적인 인력과 관련 기기 구입 등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퇴비를 만들어내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화성 헌진목장 이상헌 대표는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양돈에서 활용하는 수직 발효기를 농장에 설치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목장 만들기에 노력했다. 그 결과 헌진목장에서 만든 완숙퇴비는 마치 분쇄한 커피원두를 연상케 한다. 그 누가봐도 악취, 벌레 없이 깨끗한 퇴비장. 퇴비장이 목장 입구에서 바로 내부가 보이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민원하나 없는 헌진목장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상헌 대표가 말하는 퇴비관리의 핵심은 ‘수분조절과 산소공급’ 그리고 농가의 관심과 노력이다. 기기는 일을 거들기만 할뿐. 기계에만 의존해서는 올바른 퇴비를 만들 수가 없다는 이상헌 대표. 이상헌 대표에 따르면 우분의 특성을 알고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하면 계절과 상관없이 1년 365일 축분 처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기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 농가의 노동력으로 대체할 것인지는 선택이다. 

 

# 우분 특성 제대로 알아야

낙농가들이 퇴비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가축의 분뇨 가운데서도 우분이 부숙 속도가 가장 느리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계분과 돈분은 뒤집어 쌓기 방식만으로도 완숙기간이 평균 1달 정도 소요되지만 우분은 상황이 다르다.

젖소는 반추활동을 통해 완전히 소화된 상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미생물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 

이 대표는 “닭과 돼지는 사료만 먹기 때문에 분뇨에 미생물의 먹이인 유기물이 많고 우분에는 조사료와 일부 농후사료를 먹고 반추 활동을 통해 완전히 소화되기 때문에 미생물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운 날씨로 인해 미생물의 활동이 멈춰 부숙이 어려워 일부 농가들 사이에서 겨울에는 퇴비 부숙이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방법만 제대로 따른다면 연중 안정적인 양질의 퇴비 만들기가 가능하다. 

 

# ‘수분조절+산소공급’ 핵심

퇴비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보편적인 수분 조절방법은 뒤집어 쌓기. 

뒤집어 쌓기만 잘해도 큰 어려움 없이 퇴비를 만들 수 있지만, 시간과 노동력이 든다는 것이 단점이다. 

직접 뒤집어 쌓기를 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을 터득했다는 이 대표는 우분을 배합해서 수분함량을 조절하면 노동력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수분 함량이 60~65% 정도 됐을 때 부숙이 잘 이뤄진다”면서 “침상분과 사료조 통로분, 육성우 생분 등 배출되는 분뇨마다 수분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혼합해서 수분함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경우에는 침상분과 사료조 통로분을 혼합해 쌓아 무더기를 만들고 원료분이 발생되면 앞서 만든 무더기를 옮겨 쌓고 그 자리에 같은 방식으로 새 무더기를 만든다.

이때마다 수분 함량을 맞추기 위해서 원료분을 조절해서 배합하며, 완숙된 퇴비 일부를 수분조절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완숙된 퇴비를 활용하면 이미 증식된 미생물의 활성화로 더욱 빠르게 부숙을 시킬 수 있다. 

또 계절의 특성상 여름보다 겨울엔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는데, 예비부숙을 통해 이마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가 제안하는 방법은 서리가 내리기 전부터 비어있는 퇴비장에 원료분을 펼쳐 말려 쌓아 예비부숙을 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추운겨울, 수분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밑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벼 베는 시기부터 겨울을 대비해 예비부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직 밀폐형 발효기 최초 설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유, 번식관리, 사양관리 등을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낙농가들에 있어서 시간과 노동력의 투자는 쉽지 않다.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퇴비를 부숙시키기 위해서 헌진목장은 양돈, 양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직 밀폐형 발효기(수직형 콤포스트)를 목장에 설치했다. 국내 젖소 농가 가운데는 최초. 

발효기는 프로펠러를 통해 교반을 시키고 유압발생장치로 공기를 불어넣어 더 빠르게 부숙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발효기를 사용하면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야간에도 작업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헌진목장은 축사에서 발생되는 분을 뒤집어 쌓기로 수분을 조절한 뒤 겨울철 일부를 제외하고 전량 발효기를 거쳐 부숙 보관한다. 

부숙이 끝나면 전체량 가운데 1/3 분량만큼씩 배출한다. 발효기 내에 남아있는 부숙분 위에 원료분을 투입하면, 부숙이 더 빠르게 이뤄진다. 

발효기로 부숙을 하면 고운입자로 감모돼 보관장소도 충분하기 때문에 봄에 퇴비를 반출할 때까지 보관하면서 수분조절제로도 활용한다는 이 대표. 

또 완숙된 퇴비는 가루가 날릴 정도로 수분이 마르기 때문에 우사에 톱밥 대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 기기 의존만 해서는 안 돼

발효기를 100%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이상헌 대표. 특히 겨울철 같은 경우에는 예비부숙을 통한 수분조절이 필수.

대다수의 발효기 설치 농가들이 겨울철 발효기에 내장되어있는 히터를 가동해 퇴비의 온도를 조절하는데 사실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수직형 발효기를 설치한 농가들이 겨울철 원료분이 얼거나 온도가 떨어져 발효가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히터를 가동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실제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면서 “히터가 공기 유입 시설이 있는 하단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히터 주변에 있는 퇴비에만 히터가 집중돼 오히려 미생물을 사멸시킨다”고 말했다. 

따라서 발효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예비부숙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이 대표.

예비부숙을 시킨 퇴비를 활용해 수분조절을 하면 전기세도 줄어들고 퇴비 배출 간격도 줄일 수 있다. 실제 헌진목장은 겨울에도 전기요금이 40-45만 원 수준이며, 여름에는 이마저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상헌 대표는 “조금만 신경 쓰면 경제적인 부담 없이도 충분히 완숙 퇴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헌진목장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목장환경에 맞게 적용하면 퇴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환경 친화적 낙농 영위해야 

이상헌 대표가 남다른 퇴비 철학을 가지게 된 것은 미래 낙농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업 여건이 ‘환경’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상헌 대표는 과거 선진 낙농을 구현하는 일본 등을 다니면서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친화적인 낙농 환경 만들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때문에 목장을 하면서 사양관리, 번식관리, 체세포 관리를 하는 것처럼 퇴비관리, 세정수 관리도 목장 경영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게 됐다. 퇴비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이상헌 대표는 “퇴비부숙도 시행에 대비해 어쩔 수 없이 퇴비관리를 시작한 농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퇴비관리는 필수”라면서 “기존의 적체하는 처리방식을 벗어나 호기성 미생물을 활발히 부숙 시킬 수 있도록 조건만 충족시켜주면 파리 등 병해충이 현저히 줄어들고 분뇨 냄새도 한결 나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뒤집어 쌓기나 발효기 사용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목장 상황에 맞게 올바른 퇴비처리를 해야 한다”면서 “과거에는 쉽게 지나쳤던 환경 부분에 조금만 더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깨끗하고 미래 지향적인 낙농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분조절이 미숙된 퇴비. 수분조절이나 발효기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발효기를 이용하더라도 덩어리진 미완숙 퇴비가 기기에서 쏟아져 나온다.
수분조절이 미숙된 퇴비. 수분조절이나 발효기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발효기를 이용하더라도 덩어리진 미완숙 퇴비가 기기에서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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