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고령화 급진전
생산자 위주의 판매시대
소비자 중심으로 대이동
축산물 공급시스템 변화

스마트 폰 등 ICT 발전
개인의 다양성과 결합해
세분화된 상품 인기폭발
비대면 바람타고 고성장

전문 요리사 등과 협업한
고품격 제품 잇따라 출시
건강·환경 다 만족시키자
가격보다 가치 보고 구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사회문화적 흐름은 소비패턴이나 소비자 선호도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가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형성되곤 하며 소비트렌드의 가장 큰 변화요인 중 하나로 ‘라이프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많은 것을 바꿨다.

축산물 소비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현상인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는 축산물 소비에서 두드러진 변화로 나타났다.

여기에 스마트 폰 등 IT산업의 발전,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 등은 축산물 공급시스템의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전처럼 축산물이 그냥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생산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가치가 이동했으며 소비자의 선택이 생존조건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needs)를 만족시키고 그들의 소비트렌드를 이해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 다양성 고려한 가정간편식(HMR) 

축산업에서 가정간편식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정간편식의 큰 특징은 ‘간편함’이다. 

이러한 경향과 함께 개인의 다양성까지 고려한 세분화된 상품이 인기가 높다.

한국농촌경제원의 가정간편식 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2015)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을 구매하는 이유에는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번거로워서(35.1%)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22.6%)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12.2%)로 조사됐다. 

가정간편식은 원재료를 구입해 직접 조리하지 않지만 인스턴트식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축산업 측면에서 신선육보다는 가공식품이, 가공식품 중에서는 특히 가정식 형태의 상품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장벽이 낮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시도되는 것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식품산업의 전체적인 불황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09년 7100억 원, 2012년 9500억 원을 넘어 지난해에는 전문가들이 5조 원에 이를 것이라 말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특히 조리과정이 복잡다단한 ‘한식’ 메뉴 개발은 가정간편식 시장의 변곡점으로 자리 잡았다.

간식 개념이었던 가정간편식이 이제는 주식으로 이용됐고, ‘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 전용 제품도 출시됐다. 

‘혼술’이 유행하면서 막창, 곱창, 닭발, 돼지껍데기 등의 안주류 메뉴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사회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이 변화됨에 따라 가정간편식 시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 신선한 원재료와 선진적인 냉장기술

가정간편식은 간편하지만 맛과 품질은 상당히 뛰어나다.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던 스테이크, 유명 맛집의 메뉴(○○설렁탕, △△△부대찌개 등)도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손질된 신선한 식재료와 양념이 제공돼 간편한 조리법으로 요리를 완성하는 고퀄리티 밒키트(Meal Kit) 제품이 늘어난 것이다.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맛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고려한 고품질 식품도 등장했다.

냉동삼계탕·갈비탕 등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종합식품기업, 패밀리레스토랑, 전문 요리사 등과 협업한 신선한 원재료와 선진적인 냉장기술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판매처도 다양해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외에도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와 인터넷 혹은 배달(택배)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포장이나 보관방법에도 첨단기술이 도입돼 신선함을 담보했다.   

가정간편식에서 소비트렌드는 식사대용 메뉴 요구가 높다.

편의성과 다양성을 겸비해야 하고 축산물의 다양한 부위를 개발한 메뉴에 집중이 필요하다.

 

# 안전한 축산물 생산시스템 선행돼야

단체급식소는 축산물이 정기적으로 대량 소비된다.

학교, 군대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접하는 단체급식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일부분이 됐다. 

일반 음식점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비교적 균등하다.   

단체급식에서 주로 활용되는 간편 조리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은 조리시간을 단축하고, 조리 시설이 부족한 시설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맛과 영양이 풍부한 식자재(축산물)라 할지라도 식품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단체급식에서 선택될 수 없다.

소비자는 식품에 대한 안전성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식품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그 파장은 산업 깊숙한 곳까지 침범한다.

단체급식에서 축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제품개발, 홍보 등도 중요하겠지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건강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에게 동물복지와 친환경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축산물 소비트렌드에도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건강과 환경문제를 고려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즉, 축산물을 소비할 때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맛, 편의성, 가격 외에도 앞으로 축산물 소비트렌드는 ‘동물복지·친환경’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할랄식품 수요 증가 추세

가정간편식의 성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가정간편식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고, 특히 ‘할랄(Halal) 인증 제품’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할랄(Halal) 인증 제품은 이슬람법에 따라 허용되는 모든 종류의 육류, 해산물, 곡류, 채소, 과일을 말한다. 육류는 돼지를 제외한 소, 양, 닭 등을 허용하며 할랄에서 허용된 방법으로 도축된 것만 인정한다. 

세계의 약 30%에 해당하는 인구가 무슬림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식품시장의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할랄식품이 안전하고 청결한 음식이라는 인식으로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축산물 중에서도 종교적인 한계가 없는 닭고기가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닭고기 소비가 많은 상위 12개 국가 중 7개국이 무슬림 국가에 해당된다.

이들 7개 국가는 닭고기 자급률이 50%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종교와 관계없이 글로벌 소비자들의 할랄 인증 식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고려해 볼 때 닭 가공식품(닭 가정간편식) 할랄 인증에도 힘을 기울일 법하다. 

또한 세계의 가정간편식 소비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한다면 글로벌 한류를 힘입어 우리나라 축산물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고령친화식품’ 개발 적극 나서야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2065년에는 전체인구의 42.5%가 65세 이상이라고 통계청이 전망하기도 했다. 

노화로 인한 저작(mastication) 및 소화기능 저하는 상당수 노인들이 겪는 문제다.

식품섭취와 소화의 어려움은 건강상태를 악화시키고, 노인의 기대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고령친화식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2018)는 고령친화식품을 고령자의 식품 섭취나 소화 등을 돕기 위해 △식품의 물성 조절 △소화에 용이한 성분이나 형태가 되도록 처리 △영양성분을 조정해 제조·가공한 식품이라 정의했다.

고령친화식품은 노인의 가장 보편적인 영양문제를 도와줄 수 있도록 소화흡수가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축산물을 원료로 안전하면서도 섭취가 간편한 제품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메뉴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이에 반해 유럽과 일본에는 고령자를 위한 시니어 제품이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저작·연하기능을 세분화한 맞춤형 제품군 개발을 통해 가정식과 비교해도 품질과 맛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우수한 고령친화식품 개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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