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그것이 협동조합 역할”


‘섬기는 리더십’ 몸소 실천
상명하복의 분위기 없애고
수평적인 경영방식 도입해
직원 독려 목표 함께 달성

코로나 마스크 제한할 때
화순까지 가 확보해 공급
수해복구 전 직원들 동참
협동조합 간 협동 이끌어

결집 토대 각종 사업 성장
올해 기자재센터·생축사업
조합원 생산성 향상 지원
계약직의 정규직화도 고민

 

NH농협 손해보험 연도대상 수상기념식.
수해복구에 참여한 조합장과 직원들.
전남 한우 우량송아지 첫 경매.

 

이맹종 조합장.

[축산경제신문 권민‧염승열 기자 ] 지난해 3월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제한 판매제’가 실시될 즈음, 조합원들의 건강이 걱정된 영암축협 직원들은, 먼저 조합원들에게 공급할 마스크 확보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결국 화순에서 공급할 마스크를 확보했다. 

8월 11일, 집중호우로 구례 지역이 물에 잠겼을 때, 조합장과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굴삭기·방역 차량 등 중장비까지 동원해 긴급 재난복구 지원에 나서 타 조합들에 모범을 보이며 협동조합 간 협동을 이끌어냈다. 이 복구 작업엔 이맹종 조합장의 아내와 딸도 동행했다.

조합이 인근 조합과 지역 주민들의 고통 분담에 주도적으로 움직이자, 한우 경영2세들도 십시일반 조사료 50톤을 기꺼이 지원했다. 지난해 영암축협의 지역 사회 봉사활동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불과 몇 년 전인 2017년까지만 해도 영암축협의 이러한 행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대 사건(?)이다. 사업·경영 등 모든 부분에서 거의 바닥을 치면서 부실조합으로 낙인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영암축협이 불명예를 씻고 날개를 달고 고속성장의 길에 들어선 것은, 이맹종 조합장과 박종호 상임이사의 만남이 계기가 돼, ‘부모 역할론’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조합장과 직원, 조합원이 결집했기 때문이다. 

 

2019년 취임한 이맹종 조합장은 경영혁신 과제로 정도‧현장‧인재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그의 경영 요체는 ‘서번트 리더십’이다. 서번트(servant)란 말 그대로 ‘하인’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섬기는 리더십’이다. 

조합장이 명령을 내리고, 직원들이 그 명령에 군말 없이 따르는 상명하복의 강압적인 조직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수평적 경영방식이다. 직원에게 목표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면서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리더십이다. 

리더와 직원 간의 신뢰를 형성하면서 궁극적으로 조직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부하를 섬기는 자세로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결과적으로 조직 목표 달성에 부하 스스로 기여하도록 만든다. 이맹종 조합장의 소신이자 몸소 실천하는 경영 방식이다. 

자기중심적 리더가 아닌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개방적인 가치관을 지닌 이맹종 조합장은, 서번트 리더십을 완전히 숙지한 인물이다.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직원, 고객과 공동체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에 헌신하는 자세는 영암축협을 단기간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실이 바로 2019년 전국 농‧축협 종합업적평가 2년 연속 그룹별 1위 달성, 전국 139개 축협 중 축산사업부문 업적평가 1위, NH농협 손해보험 연도대상, 3년 연속 클린뱅크 인증 등 말 그대로 4관왕의 영예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12월 말 현재 NH농협 손해보험 연도대상 2연패와 클린뱅크 4년 연속 달성과 각종 업적평가 상위에 랭크 중이다. 이것도 엄격한 아버지 노릇을 하는 박종호 상임이사와 직원들의 자발적 열기를 달래가며 이룬 것들이다. 

2020년 12월 20일 현재, 2019년과 비교한 영암축협의 주요 실적을 살펴보면, 총자산 증가분이 212억 8500만 원, 상호금융대출이 78억, 정책자금대출 166억 8300만 원, 보험수수료 5600만 원 등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성장했다. 

하지만 눈에 띠게 두드러진 것은 사료판매 4만 톤과 1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하나로마트 사업이다. 작년 당기순이익 5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는 각종 충당금을 제하고 10억 원 정도로 두 배 의 실적을 올렸다. 여기에 150억이 투여돼 신축된 본점 때문에 소요되던 감가상각비를 모두 털어냄으로써 올해 영암축협의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또 지난해 전남도 한우 송아지브랜드육성 공모사업 대행기관으로 선정돼, 영암관내 암소 3만 4000마리 중에서 선형심사와 친자확인을 거쳐 최종 선발된 으뜸한우 수송아지 20마리를 첫 경매한 결과 최고가격 585만 원에 낙찰되는 등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한편 우량 송아지 생산기반으로서의 자리매김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올해 영암축협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축산기자재센터 개설과 생축사업장 추진이다. 

이맹종 조합장은 “가축시장 내 약 100평 면적의 축산기자재센터를 증축해 농가의 가축 사육에 필요한 각종 축산기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센터에 담당 직원들을 배치해 농가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생축사업장 추진과 관련해서는 약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우량 한우 생산기지 및 축산농가 시범사육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조합장은 생축사업을 통해 우량 한우를 생산하고, 조합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동시에 위탁사업장을 포함해 1500마리 한우 생산시설 기반을 구축해 하나로마트 공급과 한우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의 역할”이라는 이맹종 조합장의 소신처럼 영암축협은,  ‘퍼주는(?)’ 일에 아낌이 없다. 원로조합원들을 위해 김장김치 나누기, 한돈 축산물을 전달 등 그동안의 헌신에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본점에 입점한 사업장에는 한 달 간 임대료를 면제해 주면서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을 실천했다. 

이것이 바로 영암축협이 단기간 성장한 비결이다. 주변의 아픔과 함께, 소외감과 함께함으로써, 바로 ‘나눔으로써 얻는다’는 보편적 진리를 실행하면서 알게 모르게 조합장과 직원들이 행복감을 갖는 것이 일상이 됐다. 

박종호 상임이사는 조합장의 이같은 행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고 푸념하지만 결코 불편한 기색이 아니다. 직원들 역시 웃음을 잃지 않는다. 협동조합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맹종 조합장은 ‘계약직의 정규직화’를 꺼내들었다. 업무의 강도나 깊이에 있어서 정규직과 하등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생하는 계약직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정규직화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서번트 리더십’을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농가주부모임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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