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존의 생산·소비 패턴 박살
비대면 자리잡으며 생존방식 새롭게
하지만 ICT·동물복지 자리 잡는 계기
새로운 패턴에 맞는 사고방식 가져야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난 1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세계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진 한 해였다. 자영업자‧중소업체들이 줄도산 하고, 계약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층으로 급전직하하는 와중에서도 축산업은 그나마 선전했다. 
축산업계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보다 ASF와 연도말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병원성 AI가 더 큰 문제였다. 한돈산업의 경우 ASF 예방적 살처분을 당한 경기 북부 접경지역의 농가들 희생 덕분에 전반적 침체는 면했다. 
한우산업의 경우엔 코로나 재난지원금 덕을 톡톡히 보면서 사육마릿수 증가로 가격 하락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국민들 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자리잡으면서 사회생활과 소비 패턴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변화가 생겼다. 회식을 중심으로 한 외식문화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가정 내 소비가 늘자 다행스럽게 축산물의 소비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실패는, 전 세계 각국의 엄격한 출입국 관리‧통제를 유발시키면서 완전히 깨졌다. 그와 더불어 물류의 ‘섰다 가다’ 반복은 돈이 있다고 먹을거리를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낙농업계는 가뜩이나 출산율 저조와 백색시유 소비 부진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와중에 기후위기로 이상 기온이 이어지면서 젖소 사육에 적합한 일수가 더 길어지자 아이러니하게도 공급량은 늘어났다. 
소비는 부진한 상태에서 이같은 고통이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에게 전해지지 않음으로써 상황과 무관하게 늘어난 생산량은 결국 ‘감축’이라는 극약처방에 이르렀다. 낙농진흥회는 비록 감축률은 지역 또는 유업체별로 다르지만 감축이 안되면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면서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축산업은 지난해처럼 ‘선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시행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당장 정부의 ‘축산악취 종합시책’ 중 몇 가지가 가시화될 예정이다. 그중 악취 방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냄새 규제 강화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축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양계산물의 경우, 가정 내 소비 증가가 가격 지지에 큰 도움이 될 듯 하지만 전국으로 확산되는 고병원성 AI는 2016~2017년의 재앙 수준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가금류 역시 AI의 지역 내 확산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자체들이 발생 지역에서의 반입을 금지하면서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다. 
AI가 장기화 되어 가격이 강세를 유지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전처럼 외국산 양계산물 등을 수입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가금 농가들은 이래저래 큰 손실을 볼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여기에 코로나로 곡물 생산 강국의 일부에서는 물류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중국이 ASF 이후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돼지 입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 세계 옥수수를 무차별로 수입하자 곡물 가격도 크게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 기존의 틀이 깨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축산물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축산물에 ‘스토리텔링’이 입혀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왜냐하면 온라인 등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비 패턴에 맞춰 축산 식품에 대한 품질 고급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물복지와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격이 높아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소비 패턴도 자리잡혀가고 있다. 
그에 따른 ICT‧스마트팜의 진행 속도도 기존 농가의 상식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축산업은 이전의 축산업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새로운 축산업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러한 변화에 맞는 생각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결코 뒤쫓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걸음처럼 우직하면서도 현명하고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한우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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