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개마무사·바이킹 투구 사용…고대 전사 의미
유럽에서는 ‘푸드 컬쳐’…주요 식량공급원으로 인식
‘재산목록 1호’ 식구 대접받으며 농경민족 애환 함께
황소는 용맹한 남성상…뉴욕 월가 랜드마크 자리매김

소 몰이꾼 그림.<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육십 간지의 38번째 해다.
‘신(辛)’이 백색을 의미하고 ‘축(丑)’은 소를 뜻하기 때문에 ‘흰 소의 해’라 불린다.   
소는 우속(牛屬)에 속하는 대형포유류다. 한자로는 우(牛)가 쓰인다.
인류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순화과정을 거쳐 축우(畜牛)로 진화했다.  
고대문명에서 용맹함의 징표였던 소는 온순함과 평화를, 끈질김과 성실을 의미하며 강력한 힘의 대명사로도 여겨졌다.
고구려 개마무사, 바이킹 전사 투구 등에 소의 뿔이 사용되면서 고대전사의 상징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 반인반수(半人半獸)로 몸은 인간이고 얼굴과 꼬리는 황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노타우로스의 아버지는 잘생긴 흰 소였으며, 신의 사자로 활동한 신성한 동물이었다.
중국의 4대 고전 중 하나인 서유기에도 소를 형상화한 우마왕(牛魔王)이 등장한다.
손오공을 고전시킨 몇 안 되는 강력한 존재였던 우마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길이가 800장(丈)이나 되고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1000장이 넘는 거대한 백우(白牛)로 묘사됐다.
인도에서 소는 숭배의 대상이다.
힌두교 교리에 따라 암소를 신성시 여겼는데, 암소 몸의 모든 부분이 신들의 거처라고 믿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소를 보호하고 있고 소고기를 섭취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소는 푸드 컬쳐(Food Culture)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낙농이 발달한 유럽에서 소는 중요한 식량공급원이었다.
드넓은 초지에서 사육하는 소에게서 고기, 우유, 가죽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우유를 가공해 치즈를 만들었다.
스페인에서는 투우 경기를 펼쳤다,    
라틴지역의 독특한 문화인 투우는 한때 스페인에 400여 개의 투우장이 있을 정도로 성행했으나 경기의 잔인함 등으로 현재는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엔 대표적인 전통 민속놀이 청도 소싸움이 있다.
 
# 100대 민족문화 상징의 ‘한우’
우리나라에서 소(한우)는 수천 년 전부터 민족과 함께 해왔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條)에는 「나라 안의 군주와 육축의 이름을 딴 여섯 관직이 있는데 명칭은 마가, 우가, 저가, 구가 등이다」라고 기록됐다.
모든 가축 중 전쟁에 쓰이는 말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고분벽화에도 소는 잘 표현돼 있다.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에는 달구지를 끌고 있는 소, 외양간에서 여물을 먹는 모습, 견우와 직녀이야기 등 다양한 모습의 한우가 등장한다. 
한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 상징’에 선정됐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공간적, 시간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한우의 대표성 때문이다.
한우는 가축 이전에 식구(食口)로 대접을 받았고, 농경민족의 애환이 담겼을 뿐만 아니라 농가 재산목록 1호로 여겼다.
소를 팔아서 자식의 학비나 결혼자금을 마련했을 정도로 매우 귀한 존재였으며 민속씨름대회에서 천하장사가 탄생하면 한우를 타고 우승을 기념했다. 

 

# 소띠, 인내력 강하고 신의 두터워
열두 띠 중 두 번째 띠로 축년생(丑年生)이다.
시(時)는 오전 1시부터 오전 3시까지다.
방위는 북북동(北北東), 달은 겨울 12월, 계절로는 12월 소한에서 정월 입춘 전까지다.
오행은 토(土), 음양은 음(陰), 대응하는 서양별자리는 산양좌가 해당된다.
소띠 생은 인내력이 강하고 신의가 두텁고 정직하고 근실한 편이다. 
입이 무겁고 끈질기고 성실하게 전진하는 행동파에 속하며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 두드러진다.
마음만 먹었다 하면 훨씬 빠른 템포로 목표에 도달하는 노력파이다. 
뚝심도 있어 추진력이 강하다.
주위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간적 매력이 넘치지만 때로 사랑에 약하고 겁이 많으며, 보수적인 기질도 보이고 있다.

 

# 십이지 牛, 봄과 농사의 상징
열두 가지 동물의 띠(十二支) 중에서 소는 두 번째 동물이다.
인간과 가장 밀접하고, 우직하면서 성실·온화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열두 가지 동물 중 소를 두 번째로 배정한 것은 소의 발굽이 두 개로 갈라져서 음(陰)을 나타내고 소가 봄과 농사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십이지는 원래 별 모양으로 표현됐고, 시간적 관념에 따라 12개월의 부호로 사용했다.
시간적 관념은 방위를 나타냈고, 시간신(時間神)과 방위신(方位神)은 불교와 접목됐다.
시간과 방위에서 오는 잡귀(雜鬼)를 그 시간과 방위를 잡고 있는 십이지동물이 막아주고 물리친다고 믿었다.
십간(十干)과 십이지에 오행(五行)인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와 상생(相生)·상극(相剋)을 접목시켜 개인의 운수나 미래를 예견했다.

 

# 와우형이 가장 으뜸
풍수(風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였다.
농업이 주업이었던 우리 민족은 소를 귀하게 여겨 집터나 산소(山所)를 잡을 때 누워있는 소의 모습인 ‘와우형(臥牛形)’을 가장 으뜸으로 선호했다.
와우형은 재물을 뜻하며 자손들의 재물을 상징한다.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의 혈(穴)은 뿔, 코, 배, 젖, 눈썹사이다.
소가 누워서 되새김질을 하기 때문에 기(氣)가 지속적으로 입(口)에 머문다고 여겼다.
따라서 입 부위에 산소를 잡는 것은 구중지혈(口中之穴)이라 해서 자손들이 누워서도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와우형의 배 부분은 음식물을 가두는 곳으로 재물이 모이는 곳이다.
배 부분 중에서도 젖가슴 부위를 최고로 친다.
같은 와우형이라도 송아지, 황소, 암소형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 다양한 소(牛) 지명
전국에 소와 관련된 지명도 다양하게 분포됐다.
소와 관련된 산은 소가 누워있는 와우산(臥牛山), 소가 졸고 있는 우면산(牛眄山), 소바위 산인 우암산(牛岩山)이 있다.
또한 제주도의 소가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는 우도(牛島), 우면동(牛眄洞), 우복리(牛腹里) 등이 해당된다.
우시장이 있던 쇠전거리, 소가 많이 지나다녀 소똥이 많다는 소똥고개, 소 먹이던 골짜기 소맷골, 날이 어두워지면 산적(山賊)이 많아 소를 몰고 가지 못하게 했다는 충남 공주 금학동의 우금(牛禁)고개 등이 있다.
이무기가 매어 놓은 소를 잡아먹고 목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강원도 홍천의 쇠목소(沼), 서울특별시 성북부 방학동의 황소바위, 대구광역시 수성구 욱수동의 소바위, 경기도 연천군의 장단면 자작리 소바위(牛岩洞) 등도 소의 형상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한우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와 유구한 세월동안 함께 했기에 산의 형국이나 고갯길, 전설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 폭발적인 힘과 부(富) 상징
황소는 수소를 말한다. 
여기서 ‘황’은 누렇다는 뜻이 아니라 ‘크다’를 뜻한다.
누런 소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덩치가 큰 수소는 모두 황소라 부를 수 있다. 
황소는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힘과 용맹한 남성상을 지칭하며,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뉴욕 월가의 랜드 마크인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은 뉴욕 금융계의 밝은 미래를 상징한다. 주식시장에서 황소는 주가 상승을 의미하며, 황소 동상의 뿔과 생식기를 만지면 큰 부를 얻는다는 속설이 있다.
미국 NBA농구팀 시카고 불스는 명문 프로구단으로 붉은 황소가 팀의 마크다.
저돌적인 공격성, 빠른 스피드로 시카고 불스는 총 6회 우승을 했다.
이는 NBA 전체 팀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의 엠블럼도 ‘황소’다.
람보르기니의 배기음은 두텁고 묵직해 마치 용맹한 황소 같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람보르기니 엠블럼은 투우소에서 유래했는데 창업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가 황소자리다. 황소 로고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카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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