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 낙농진흥회 상무]

 

비 온 뒤 점진적으로 갤 듯

 

기후조건, 젖소 사육에 적합

원유 생산량 늘어난 주 요인

현장 고통 농가와 연계 안돼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 증가 

 

감축 안되면 ‘최악’ 직면 우려

각 집유주체별 감축률 달라도

초기 수급안정 회복이 급선무

농가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

 

 

돌이켜보면 2020년은 코로나 19 대응으로 시작해서 코로나 19 대응으로 마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19 감염증 발발로 인해 낙농업계 구성원들은 원유의 착유단계부터 집유단계, 수유단계, 제품 가공단계 등 단계별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는 안갯속 회의를 하면서 2020년을 시작해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난생처음의 생소한 국민 생활지침이 발령되었고, 이로 인한 초중고 학생의 등교중단 조치는 학교급식용 우유의 원료유를 잉여원유로 전락시켰다. 

봄부터 시작된 잉여원유 처리문제는 소비 성수기인 여름철이 됐는데도 완전하게 해소되질 않았다. 

특히 유업체 공장의 원유 저유조는 여름철이 될 때까지 간헐적으로 보관능력 한계수위에 육박하는 상황을 직면했다. 

이는 유가공장 분유화 시설의 노후화 및 가동중단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유업체만을 탓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분유를 생산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분유화 설비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가동중단 설비가 점점 늘어났고 이제는 분유화 설비를 운영 중인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평소보다 잉여원유가 조금만 늘어나도 그 처리방법을 찾는데 부심해야 하는 것이 우리 낙농산업의 현실이다.

2020년 원유생산량은 약 2,085천톤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2,049천 톤)에 비해 약 1.8% 증가한 물량이다. 원유생산량이 늘어난 원인은 동절기, 하절기 모두 젖소사육에 적합한 기상여건이 뒷받침 된 것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원유를 판매하는 낙농가에게는 학교우유급식 중단이나 잉여원유 과잉 등 유가공시장 어려움의 여파가 즉시, 그리고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낙농산업의 거래구조도 수급불안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낙농가는 각자 보유한 쿼터량에 의해 원유대금을 정산받는 구조여서 보유쿼터에 대한 감축 등 직접적인 원유생산량 제한 조치가 없을 경우 아무리 잉여원유가 과잉이라도 시장의 상황과 무관하게 원유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늘 상존하기 때문이다.   

2020년 국산 원유사용량은 약 1,919천톤으로 예상되며 전년(1,917천톤) 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분유로 가공한 잉여원유량은 전년(132천톤)보다 25.8%가 증가한 166천톤으로 전망된다. 작년(`19년)말의 분유재고량이 7,082톤이었는데 반해 금년말(`20년)에는 약 1만톤을 초과할 것으로 보여 만일 원유생산량 감축 없이 20년/21년의 동절기(원유 비수요기간)를 지나가야 한다면 잉여원유 처리문제로 인해 2002년 이후 최악의 어려움을 직면할 우려가 크다. 분유 다음으로 잉여원유 처리방법이 되고 있는 국산 블록치즈도 특정업체의 재고량이 800여톤(치즈기준) 수준으로 잉여원유 처리 능력이 매우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일부 집유주체를 제외한 대다수 집유주체가 `20년 4/4분기 또는 `21년 1월1일부터 원유생산량 감축대책 추진(또는 예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낙농·유가공 산업 구성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잉여원유 과잉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낙농가가 감축대책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 주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에서 2021년의 원유생산량은 2,086천톤이 전망되나, 각각의 집유주체가 추진하고 있는 원유생산량 감축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전망치(2,086천톤)보다 약 1~2% 줄어든 2,044∼2,065천톤 수준의 원유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국 원유 집유량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특정 단일 집유주체가 아직까지 내년(`21년)에  원유생산 감축대책 추진계획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 이 점이 원유수급 불안정을 조기에 극복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집유주체별로 경영여건과 수급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저마다의 여건에 맞는 계획을 세워 대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원유시장과 유제품시장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미흡하고 상호 분리된 구조이기 때문에 비록 집유주체마다 감축율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모든 집유주체가 금번 감축대책에 동참하는 것이 조기 수급안정은 물론 우리 낙농산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원유생산량을 감축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는 감축 이외의 다른 대책을 고려하기 어렵다. 감축이 지체되면 될수록 내년 1/4분기 잉여원유 처리불능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크고, 그로인해 우리의 낙농기반이 더 크게 더 빨리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지금은 조기에 수급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의 과제다. 2021년말까지 생산량 감축대책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집유주체가 생산량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배정식 한국낙농육우협회 상무]


‘산업기반 유지’ 담론 시작할 때

 

수입개방·급식 중단 장기화

수급문제 수면 위로 급부상

‘잉여물량 격리’ 정책 미반영

낙진회·유업계 감산 되풀이

 

시유 소비위축·외국산 봇물

자급률은 갈수록 하향추세

‘최저가격 판매제’ 도입 절실

생산·유업계 공동대응 바람직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낙농산업은 큰 외상(外傷)을 입었다. FTA수입개방과 학교우유급식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우유수급문제가 불거졌다. 우리협회는 지난해 3월부터 일본과 같이 학교우유급식 중단에 따른 잉여물량을 시중과 격리·처리하는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였지만 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낙농진흥회와 유업체는 원유감산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유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낙농가의 원유감산은 수입 유제품으로 채워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영향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2020년 현재 낙농호수는 4천8백호로 부지불식간에 5천호가 붕괴된 상황에서, 낙농가의 원유감산은 우유수급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안이 될 수 없다. 낙농기반유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주도하여 낙농산업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한해가 되기를 고대한다. 

 

# 낙농기반유지대책 수립 원년이 되길

우유․유제품 소비량은 지난 10년간(2009~2019) 연평균 2.9%의 증가세를 이어온 반면, 우유자급률은 2010년 65.3%에서 2019년 48.5%까지 하락했다. 우유자급률이 이처럼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시유소비 위축과 함께, 유제품수출국과의 FTA협정에 따라 늘어나는 유제품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이면 유제품관세가 완전 철폐되어 우유자급률 하락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최종적인 부담은 결국 낙농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안정적 낙농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자급률목표설정을 토대로 생산자중심의 원유거래체계 개편과 국산유제품 확대를 위한 가공원료유지원체계 구축, 학교우유급식제도화 등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의 주도적인 역할과 정책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정부를 포함한 낙농산업구성원의 낙농제도개편에 대한 공감대형성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기에 있다.

 

# 학교우유급식 중단, 단기대책 시급

학교우유급식 중단에도 불구하고 2020년 1~9월 원유사용량은 전년대비 0.1% 감소하였고, 같은기간 소매점의 시유판매량은 오히려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또한 2020년 원유생산량 전망치는 전년대비 1.8% 증가한 2,085천톤으로, 수급안정시점(정부가 정한 수급안정의 기준년도)인 2013년 생산량(2,093천톤)을 밑돌고 있다. 수급지표상에는 수급불안요인이 없다. 근본문제는 학교우유급식 중단에서 비롯된 유통현장에서의 업체 간 출혈경쟁이 만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소(中小) 유업체들의 잉여량과 손실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우유수급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단기대책으로 학교우유급식 중단에 따른 잉여물량 해소대책이 시급하다. 

 

# ‘우유 최저판매가격제’ 도입 필요

지난해부터 낙농진흥회에 원유가격 제도개선을 위한 소위원회가 설치되어 2021년 8월까지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유업체는 원유과잉으로 인한 할인판매로 손실이 발생되고 있다며, 경쟁력이 없는 가공용원유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농가는 생산의 자율권이 없고 원유사용량 통계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농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원유가격 제도만 바꾸자는 것은 선진국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유생산비가 계속적으로 올라가고 유업체는 계속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불확실한 전제가 문제라면 생산비절감대책과 함께 ‘우유 최저가격판매제’ 마련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우유는 국민영양 공급을 위한 필수식품으로 공공재 성격이 강하므로, 캐나다 퀘백주의 ‘우유 최저·최고가격제’와 우리나라 ‘도서정가제’ 사례를 참조하여, 업계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우유 최저판매가격제’ 실시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우유·유제품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제외 필요

식약처가 추진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현재 유통매장에서의 불완전한 냉장관리실태로 인해, 우유 변질사고가 빈번히 발생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우유·유제품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제외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국회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선진국 수준의 법적냉장온도 기준강화, 유통매장 냉장관리체계 마련, 철저한 소비자 교육 등 사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소비기한 도입 시 국내 우유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낙농업계와 유업계의 공동대응이 절실하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농식품부의 반대로 낙농예산 확충이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농식품부가 국회에서 현 낙농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영향은 없고 낙농가의 증산(增産)에 원인이 있다”라고 보고한 것에 대해 낙농가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마치 벨트가 끊긴 기계처럼 의사전달의 벨트가 끊겨져 나간 형국이다. 2021년에는 낙농가를 비롯한 낙농업계의 시각과 정부의 정책판단이 일치되는 소통의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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