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항생제 사용 ‘효율성’ 먼저 고려하자
기고 : 항생제 사용 ‘효율성’ 먼저 고려하자
  • 축산경제신문
  • 승인 2020.12.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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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동 한국히프라 백신기술지원팀 수의사

남용, 내성문제 부작용 유발
치료효과 감소 위생문제까지
본래 목적과 달리 사용되면
정상 세균총 균형 붕괴 우려

덴마크, 사용량을 줄였음에도
생산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
하지만 과거 질병 다시 대두
백신 통한 질병관리 절대 필요

 

최근 돼지고기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홍보활동으로 한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다양하고 건강한 돼지고기 음식문화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돈산업 구성원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몇 년간 한돈산업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를 뽑자면 바로 다산성 모돈일 것이다. 한돈산업에 있는 모두가 더 많이 생산하는 양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품질이라는 질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돼지고기의 품질은 품종, 유통, 사료, 그리고 동물복지와 같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그 중 하나는 식품안전과 관련돼있는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유관기관에서 조사한 국내 산업동물 항생제 판매량을 살펴보면,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3년에는 항생제 사용량이 소폭 감소했으나 이후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항생제 판매량은 903톤으로 2013년 대비 17% 이상이 증가했다. 
특히 양돈장에서의 항생제 판매량은 지난 5년간 꾸준히 500톤 전후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 항생제 판매량은 2013년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돼지가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아픈 돼지를 치료하는 목적에서의 항생제 적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특정한 질병의 치료목적이 아닌 관행적인 항생제 사용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항생제 과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 내성균 발생의 문제이다. 항생제 사용량과 함께 발표된 항생제 내성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돼지에서 분리된 병원성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률은 설피속사졸 85.5%, 클로람페니콜 76.3%, 스트렙토마이신 75.0%, 암피실린 73.7%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돼지에서는 다른 축종에 비해 전반적인 항생제 내성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지난 5년간 매년 10톤 이상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콜리스틴의 경우 돼지에서만 내성 균주가 발견됐다. 살모넬라와 같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의 항생제 내성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본다면, 현장에서의 치료효과를 넘어 식품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생제 사용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항생제 사용의 또 다른 문제는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돼지 체내의 정상세균총 붕괴이다. 현장에서는 자돈 설사나 호흡기 질병의 예방목적으로 관행적인 항생제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병원균 외에도 장내 유익균을 사멸시켜 정상세균총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2015년 발표된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으로 장내 세균총 균형이 붕괴되면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 5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확인됐다. 병원균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 사용으로 유익균이 줄어들고 유해균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양돈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덴마크는 오랜 기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양돈장의 항생제 저감을 위해 힘써왔다. 1995년 이후 예방 목적의 항생제 적용이 금지됐고, 2000년에는 성장 촉진 목적의 항생제 첨가가 금지됐으며, 2010년부터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농가를 규제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항생제 사용량을 32% 감소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항생제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덴마크의 양돈 생산량은 18.5% 증가했다. 동 기간 전체 사육모돈 수가 7.1% 감소한 것까지 고려하면, 생산량 증대와 항생제 감소는 충분히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예방목적의 항생제 사용이 아닌 백신을 통한 예방이 동반돼야 한다. 덴마크에서도 콜리스틴을 비롯한 항생제 사용과 산화아연 사용이 제한되면서 다양한 세균성 질병의 발생이 증가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대장균이 생성하는 베로독소에 의한 돼지부종병을 꼽을 수 있다. 
돼지부종병은 대장균 독소에 의한 퇴행성 혈관손상 질병으로, 이유자돈의 신경 증상과 폐사, 그리고 비육돈의 성장 저하까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이다. 돼지부종병의 문제가 증가하면서 신기술이 적용된 재조합 부종병 백신이 출시됐고, 최근 몇 년간 부종병 백신 사용이 1100% 증가할 정도로 양돈장의 새로운 예방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진보한 백신들이 사용되면서 일상적인 항생제 사용 없이 세균성 질병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양돈장의 항생제 사용량 저감은 고품질 한돈으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자 모두가 노력해야 할 과제다. 최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구식의 불활화 세균백신이 아닌 서브유닛이나 재조합백신과 같은 신기술들이 양돈현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예방 기술의 도입과 항생제 사용량 저감에 대한 농가의 적극적 동참을 통해, 고품질 한돈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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