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

 

ASF·후지 산더미…먹구름 속

 

 

농식품부, 재입식 모르쇠

살처분 희생농가 울분만

비대위 구성 조직적 대응

방역 강화 후 마침내 실현

 

코로나로 가정 소비 증가

삼겹·목심 중심으로 구매

뒷다리살 재고 사상 최고

돼지고기 가격 하락 우려

 

 

 

한돈과 관련해 주목받은 단어를 꼽으라면 올해는 단연 ASF와 후지다. ASF는 2019년 국내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12월 7일 기준) 사육돼지 16건, 야생멧돼지 843건이 발생했다. 또 한돈 후지 재고량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농가들이 돼지 살처분 및 수매에 동참했다. 그러나 재입식이 늦어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SOP에 따라 ASF 마지막 발생 후 70일이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재입식이 가능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재입식 시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ASF 희생농가들은 재입식 기준 마련을 촉구하며 총궐기대회, 천막농성, 차량시위 등을 실시했지만, 농식품부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농가들은 4월 1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한돈협회 북부지역협의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준길 북부유전자 대표를 협의회장으로 추대하고 조직적인 공동대응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6월 4일 입법예고하고 10월 7일자로 시행했다. 개정안에서는 ‘ASF 중점방역관리지구 지정 기준’과 이 지역 농가가 갖춰야 할 ‘강화된 방역시설 기준’ 등을 규정했다.  
10월 9일과 11일 강원도 화천 한돈농장에서 ASF가 추가 발생해 재입식 일정이 다소 늦어졌지만 추가 확산 없이 마무리됐다.
11월 24일은 돼지 재입식을 시작한 역사적인 날이다. ASF 첫 확진 후 1년 2개월 만이다. 첫날 대한한돈협회 제 1종돈능력검정소(환적장)에서 5개 농장으로 이동할 돼지 495마리를 환적했다. 경기도 연천의 한 한돈농가는 “지금부터 행복한 고생이 시작됐다. 돼지 냄새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고 감격해했다. 

 

# 후지 재고량 급증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돼지고기 소비에도 변화가 생겼다. 외식은 줄고, 가정 내 소비는 증가하면서, 후지·등심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였다. 삼겹·목심 등 구워먹는 부위의 재고는 줄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9월 한돈 재고량은 7만 170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6% 늘었다. 이중 후지가 4만 2245톤으로 전체 재고량의 58.9%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255.5%나 급증했다. 2016년 한돈 전체 재고량인 4만 톤을 넘은 수치다. 
한돈협회는 3월 한 달 동안 육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후지 구매 및 비축산업을 긴급하게 진행했다. CJ프레시웨이, 동원F&B, 선진햄 등 12개 업체가 참여해 한돈 후지 3300톤 구매·비축했다.
한돈협회는 극심한 적체 현상을 보이는 후지 재고량 감소를 위해 단기대책으로 또 다시 구매비축을 실시한다. 후지 4700여톤 비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육가공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는 후지 재고량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육가공업체의 구매력이 급락하면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후지 가격 하락분 중 상당 부문이 삼겹과 목심 등 다른 부위로 이전되는 풍선효과 지속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ASF 청정화와 후지 재고 문제 해결은 해를 넘기게 됐다.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줄이지 않은 상태의 농가 방역 강화는 헛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번 기회에 각계의 지혜를 모아 안정적인 후지 소비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한편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9월 15일 백종원 대표를 새로운 한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보다 앞서 6월 18일에는 청주시 서문시장 내 삼겹살판매업소 13개소를 한돈인증점으로 인증했다. 한정희 기자 penergy@chukkyung.co.kr

 

[양계]

 

닭고기 자조금 파국…법정으로

 

 

거출금 1%에도 못 미처

사업승인 못하고 해 넘겨

 

코로나 사태로 허가 지연

소규모 농가 준비 불가능

선별포장업 사실상 연기

 

계란이력제 단체 반발 속

규제일원화 전제 개정으로

연말 AI 발생 불안감 팽배

 

 

 

올해 기해년 역시 양계산업에 있어 파란만장한 해였다.

다양한 이슈가 있었지만 크게 ‘닭고기자조금’과 ‘식용란선별포장업’‘계란이력제’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먼저 위태위태한 행보를 이어오던 닭고기자조금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닭고기자조금의 존폐 여부를 두고 대의원 찬반투표가 진행돼 간신히 폐지를 면했지만, 급기야 관리위원장 해임안이 터져 나왔고 이 과정에서 하자가 드러나 법정 싸움에 돌입하기도 했다. 게다가 닭고기자조금 거출율은 올해도 바닥을 찍었다. 자조금 거출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1700여 만 원으로 1%에도 채 미치지 못했고, 사업승인도 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올해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25일 식용란선별포장업이 본격 시행됐지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허가지연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소규모농가 등으로 제도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 사실상 시행을 연기했다. 

아울러 농장 내부에서도 선별포장처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기준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수억 원을 투자해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기존 유통업체들은 연일 곡소리를 냈다.

가장 큰 화제는 계란이력제였다. 지난 7월 본격 시행예정이던 계란이력제는 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양계협회 등 관련 단체의 강력 저지에 따라 올해 말까지 유예됐다. 이들은 산란일자 표시제와 중복표기, 여러 이력번호 발생에 따른 혼선 등의 문제로 절대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주최로 관련 규제 일원화 협의가 진행돼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양계협회의 계란가격 실수취가 발표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기도 했다. 찬성 측은 가격할인(DC)과 후장기 근절 등 산업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농가의 수취가가 더 낮아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맞섰다. 이를 두고 계란유통협회와 서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RPC 업자들의 담합으로 왕겨가격이 급등해 일부 지역 육계농가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또한 마니커 운송차량의 파업도 육계농가들을 울상 짓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운송차량 차주들이 마니커 동두천공장 앞을 가로막고 제품출고 방해와 운송을 거부했고, 계약농가들은 닭을 빼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종계업계의 장기불황으로 종계농가의 어려움도 컸다. 게다가 MG백신 지원사업 폐지에도 불구 MG 감염률이 높아 시기상조였다는 비판이 높았고, 양성개체에 대한 종계로서의 사용금지, 생산된 씨알 부화금지 등에 대한 정부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닭 마이코플라즈마(MG·MS) 관련 백신 지원을 속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양계협회, 토종닭협회,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 한국양계농협조합장 등 육계협회장을 제외한 모든 단체장들의 수장을 선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이홍재 양계협회장과 문정진 토종닭협회장이 연임에 성공했고, 닭고기자조금은 조건택 씨가, 계란자조금은 김양길 씨가 각각 선출됐다. 한국양계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는 오정길 전 조합장이 당선됐다.

반면 한국 양계산업을 이끌어온 이문용 하림 상임고문과 최준구 전 양계협회장·양계조합장이 별세키도 했다.

최근 양계산업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고병원성 AI다.

지난달 27일 전북 정읍 육용오리에서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AI가 경북 상주 산란계농장, 전남 영암 육용오리농장, 경기 여주 산란계농장, 충북 음성 메추리농장에서 발생하는 등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는 가금농장에게 소독 인증사진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김기슬 기자 kimkija@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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