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돼지 이력기기를 둘러싼 정부와 도축업계의 갈등이 재 점화 됐다. 
정부가 돼지이력제에 필요한 잉크 및 소모품비를 일부 지원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최근 들어 다수의 도축장에서 돼지이력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축장에 설치되어있는 이력기기들은 모든 제품이 독일산으로 1개 업체에서 독점 설치 및 수리를 하고 있다. 충주의 D사와 S사 등은 최근 기기 고장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으며, 고비용의 수리비도 해당 도축장에서 부담했다. 
고장 시에는 1주일이상 수리가 지연되고 있으며 소모품 및 부품 또한 고비용인데다가 회당 40~80만원의 출장비까지 도축장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도축업계는 돼지이력제 시행에 따른 발생비용 등을 산정해 향후 대응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5년이 경과하면서 이력제의 유효성 분석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근본적인 제도의 문제점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도축업계가 추정하고 있는 연간 발생비용은 약 162억 원. 연간 도축마릿수인 1760만 마리를 기준으로 도축장, 가공장, 판매장에 투입되는 인력의 인건비와 기계 및 수선유지비, 소모품등의 소요비용을 추정한 것이다. 
도축업계는 연간 162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축산물 처리협회의 실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취합 결과에서도 양돈농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정부)을 제외하고는 의견이 갈렸다. 
특히 도축업계와 식육포장 및 판매업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도축업계는 돼지 이력제가 제반비용만 증가하고 실제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없는 제도이며 무리한 시작으로 제반 비용 부담과 책임을 도축장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육포장 및 판매업 관계자들도 돼지 이력제는 복잡하고 억지로 시행하다보니 실제 실효는 없는 묶음 제도가 탄생했으며 법이 있기 때문에 억지로 시행하는 제도라 답변했다. 
관련업계가 이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도축업계가 처음부터 돼지 이력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세운 것은 아니다. 
도축업계는 이력제에 필요한 잉크 및 기기유지보수비용을 부담하면서 이력제가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협력했지만, 제도 기여한 바와 공은 사라지고 경영부담이라는 결과만 나타났다면서 이를 바로잡아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도축업계의 숙원사업인 혈액자원화사업,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 등 도축업계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지원과 정책은 등한시 한 채 의무만을 강요한 것이 도축업계의 공분을 사게 됐다. 
도축업계는 올해 초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이력기기 소모품 일부를 지원받았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정부가 예산 미비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자 부득이하게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도축업계와 정부는 소모적인 갈등을 반복하고 서로간의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 서로를 더 믿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꼭 법을 통해 유불리를 따져야만 할까. 안전한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도축업계와 정부가 신뢰를 회복해 합의점을 찾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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