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배 IDF Korea 전문위원(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단가 높지만 소비 감소하는
시유 시장만을 고집해서는
낙농산업 지속 가능 어려워
적절한 제도적 보완 바람직

 

지난주 낙농진흥회와 유업체의 내년도 계약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우유급식이 중단되는 등 유업체의 경영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약공급량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는 낙농가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국내 낙농산업의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국내산 원유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유로 판매된다는 데 있다. 2019년 국내산 원유생산량은 총 204만 9000톤으로, 이중 76.1%인 156만 톤이 시유  (백색, 가공) 생산에 사용되었다. 발효유, 치즈, 분유 등 유가공품 생산에는 23.9%인 48만 9000톤만이 사용되었다. 이 유가공품 중 소비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치즈 생산에 사용된 국내산 원유는 불과 1.6%인 3만 3000톤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전체 유제품 422만 8000톤 중 38.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치즈인데 이 치즈의 98%가 수입제품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인구감소, 식품소비 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국산시유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치즈를 비롯한 유가공품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유가공품 소비량은 1991년 12kg에서 2019년 48.6kg으로 지난 3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지만 1인당 시유 소비량은 2003년 38.2kg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가공품 시장이 대부분 수입유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유제품 수입량은 1991년 17만 1천 톤에서 2019년 219만 8000 톤으로 무려 13배나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낙농업이 단가는 높지만 소비가 감소하는 시유시장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변화하는 유제품시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우유소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치즈, 크림과 같은 유가공품 시장을 어떻게 하면 국내산 원유로 대체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원유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다. 낙농업계는 원유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과 성과를 이루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낙농업 생산 환경을 고려할 때 원유 생산비를 낮추는 것은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그것은 시장이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유의 생산과 가격은 시장이 아닌 제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현재와 같은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제품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산원유를 이용한 유가공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낙농제도 개선을 위한 낙농업계의 통 큰 합의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낙농선진국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낙농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추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쿼터제를 보완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가의 소득보존을 위한 원유종합유가제도의 도입도 시급하다. 낙농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해 낙농업계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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