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농가의 사양·방역·환경 관리를 위해 가축사육관리업 도입을 추진한다. 지난달에 관련 연구 용역을 마치고, 이를 기초로 축산법 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축사육관리업은 △가축 질병·방역 △가축분뇨 △농장 및 가축 사양 △축산시설 및 ICT △위생 안전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눴다. 
축산농가들은 이 같은 제도 도입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관리 위탁을 의무화할 경우 새로운 농가 통제 또는 규제 수단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에는 “이용활성화를 위해 축산법에 규정을 신설하고 가축사육업 허가·등록 농가는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축사육관리업자를 통한 위탁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의무화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관리 위탁 판단은 농장의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고, 농가에서 할 수 없는 사항을 위탁해 관리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면 업종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농가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5개 분야보다 더 세밀한 컨설팅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비용이 문제가 되지 서비스를 받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농식품부가 제도 활성화를 위해 가산점 부여를 제시할 경우, 농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게 된다. 위탁 관리 농가에 가산점을 부여해 정책자금 등을 우선 배정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가들의 반대에도 이 제도를 반드시 도입할 생각이라면, 위탁 관리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창업을 했다고 치자. 1호 업체가 유명해질수록 유사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이들 업체에 대한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업체의 업무 능력이나 전문성은 농장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흥망을 좌우한다. 한 업체가 5개 분야 전문 인력을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기준 미달의 인력이 농장들을 엉망으로 헤집어 놓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계약을 할 경우 차단방역이 취약해질 수 있다. 다른 농장과 질병을 공유하는 상황 발생이 우려된다.
축산농가는 의무적으로 가축사육관리업체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가정해 봤다. 끔찍한 상황이 상상됐다. 업체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관리하는 농장에 각종 제품을 유통시킨다. 제품에 큰 문제가 없고 농장 경영에 무리가 없다면 농장주는 이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농장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가가 권해준 제품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농장에 필요 없는 제품인 것을 알면서도 계속 사용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기존의 생태계를 흔드는 일이다. 곧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동물약품, 배합사료, 기자재, 첨가제 등 제품을 축산농가에 판매하려면, 이들 업체를 통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됐다. 제품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들 업체에 로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제품력보다 업체의 로비력이 매출을 좌우하게 된다. 국내외 굴지의 배합사료, 동물약품 업체는 이미 보유한 전문 인력 활용도 향상 및 제품 영업을 위해 가축사육관리업체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거나 설립한다. 상상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피해는 모두 농가 몫이 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축산업계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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