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방역복을 입은 A씨가 농장 앞 마당에서 고압세척기로 바닥을 청소하면 B씨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어 축사 입구에서 장화 갈아신기와 손 소독 사진을 찍은 그들은 축사 안으로 고압세척기를 끌고 들어가 소독약을 살포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어 농장 밖으로 이동해 출입구와 울타리 주변의 생석회 벨트 사진을 촬영한다.
경기도에서 가금을 사육하는 A씨와 그의 부인 B씨의 이야기다. 
이들은 매주 농장의 소독·방역사진을 찍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말이 소독·방역이지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야말로 ‘생쇼’에 가깝다. 
실제 농식품부는 지난달 초 5개 가금생산자단체에 전 가금농장에 대해 매일 소독 실시 후 매월 2회의 인증사진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농식품부는 각 지자체 축산담당자에게도 비슷한 골자의 공문을 하달했다. 
고병원성 AI 위험주의보 발령에 따라 농장단위 방역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인 만큼 농장단위 방역 강화를 위해 가금농장별 소독·방역 실태를 매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때문에 계열화사업자는 해당업체 계약농가 4064호에 대해, 지역 농축협은 나머지 2900여 가금농가에 대해 △출입구·울타리 등 농장주변 생석회 벨트 구축 △농장 내 마당 매일 청소 △축사진입시 장화 갈아신기 및 손소독 △축사 내 소독사진 등을 내년 2월까지 1주일 단위로 취합해 제출해달라는 내용이다.
‘보여주기식 방역’이라는 언론의 뭇매를 의식한 탓인지 가금 생산자단체에 대한 소독사진 제출은 단발성으로 끝이 났지만, 계열업체와 지역 농축협에 대한 인증사진 취합·제출 방침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전북 정읍 육용오리농장에 이어 상주 산란계농장에서도 H5N8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되는 등 AI 방역에 중차대한 시기다.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쁜 시점, 그깟 인증사진에 관계자들의 시간을 뺏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보여주기식 방역을 즉각 중단하고 실효성이 있는 차단방역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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