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고원국 나누리영농조합법인 대표
[할 말 있습니다…] 고원국 나누리영농조합법인 대표
  • 이국열 기자
  • 승인 2020.11.27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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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란이력제 개정 반대하는 이유는?」
“신뢰 잃은 정책은 분란 악순환만”

당초 취지는 안전먹거리
약간의 손해·불편은 감수
소수의 의견도 반영돼야

선별포장업법 원안 변질
이력제 개정 관련 혼란은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 탓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계란이력제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를 비롯해 양계협회,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계란이력제 현장 적용 어려움을 호소하며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계란이력제 원안 그대로의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새롭게 계란이력제를 개정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계란유통업체를 운영 중인 고원국 나누리영농조합법인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 계란이력제 개정을 왜 반대하는가.

아직 시작도 안 해 본 시점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정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계란이력제로 인한 비용증가,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계란이력제는 애초에 안전 먹거리를 위한 국민적 요구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선진적인 유통시스템이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약간의 손해와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난각 산란일자 표기와 계란이력제 표시는 이중규제라고 하는데 난각 산란일자와 계란이력제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난각 산란일자는 산란일자, 농장명, 생산자가 표기된 생산단계에서의 정보다. 계란이력제는 산란일자를 포함해 어떠한 유통단계를 거쳤는지 알 수 있는 유통단계의 정보다. 그러니 당연히 따로 표시하는 게 맞다. 

소비자들이 난각 산란일자만 봐서는 유통과정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포장지에 계란이력제 라벨을 없애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좀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 

내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계란유통업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법안은 원안대로 시행해본 이후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 

 

- 계란유통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서로 간의 상황이 달라서다. 전국의 계란유통업체가 약 4000여 개 정도 있다. 이중 식용란선별포장시설을 갖춘 곳은 불과 400여 군데로 좁혀진다. 대다수의 계란유통업체들은 재포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상대적으로 소수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서로 간의 힘겨루기가 아닌 진정한 상생을 위해선 소수 입장의 의견을 듣고 절충해 협의해야 한다.  

 

- 농가들도 계란이력제에 불만이 많다. 왜 그런가. 

큰 틀에선 식용란선별포장업법에서 시작됐다. 본인은 경기도 일산에서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북 영주에서도 산란계 농장을 운영한다. 그러니 이 부분에 관해선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이다. 애초 식용란선별포장업법은 일정한 규격을 갖춘 선별포장시설에서 계란을 선별·포장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게 원안이다. 

선별·포장은 분리가 아닌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정석이다. 현재 이렇게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농장은 선별만 해서 유통업체에 계란을 보내고 유통업체는 재포장해 마트 등에 납품한다. 별도로 식용란선별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에서 재포장HACCP 인증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자 식용란선별포장업법의 원안은 사라지고 이렇게 기형적인 구조로 변질됐다. 게다가 농장에서 선별과 함께 포장도 같이 하다 보니 지출비용 등이 늘고 계란이력제로 일이 많아지니 불만이 쌓였다. 

예전엔 농장에서 계란을 수거해 유통업체로 보내기만 해도 됐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규모 농가들이 계란이력제 개정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입장은 일단 처음 방침대로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쪽이다.

 

- 식용란선별포장업법에 대한 견해는.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계란의 선별과 포장은 허가된 식용란선별포장시설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농장과 유통업체에서 선별과 재포장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서로 간의 합의하에 결정된 일정한 선별·포장비용을 식용란선별업체에 부담 후 유통하는 것이 건강한 계란 유통체계를 확립하는 적절한 방안이다. 계란의 안전성과 품질 역시 담보할 수 있다.  

 

-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계란이력제 개정과 관련된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이다. 

관련단체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휘둘려서는 안 된다.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정부가 마련한 정책에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란유통을 못할 정도로 강경했다. 시간이 흐르자 본래의 취지가 흐려졌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있는 돈 없는 돈 빚내면서 힘들게 준비한 유통업체만 바보가 됐다. 현안에 대해 새로운 제도가 수립되면 일관성이 필요하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질되니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혼란스럽다. 

계란이력제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계란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와 업계는 초심을 잃지 말고 왜 이런 제도가 생겼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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