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 시간도 모자라는데
장관 일일 상황보고 필요
매월 2회 사진 제출하라”
농가들, “차라리 현장가라”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소독할 시간도 모자란데 인증사진까지 찍어보내라니요. 거기다 방역복을 입고 장화까지 신으라니, 이거야말로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의 전형 아닙니까?”
경기도에서 가금을 사육하는 한 농장주의 하소연이다. 그는 AI 방역을 위해 축사를 한 번이라도 더 둘러보고 관리해도 모자랄 판에 보여주기식 정책을 강요하는 방역당국에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어 CCTV 설치가 의무화돼있는 만큼 유사시 소독여부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소독사진 제출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반발의 이유는 무엇일까.
발단은 농식품부장관 주재 농식품부 일일 상황보고회다. 기존에는 가금농장 소독사진과 생석회 도포사진만 제출해왔는데 앞으론 각 가금협회별 일일 사진 제출실적 및 누적실적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때문에 전 가금농장들이 매월 2회의 인증사진을 제출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게다가 가금농장 소독사진 촬영기준을 들여다보자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왜 쏟아지고 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축사 내부소독 시 필히 방역복과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가금농가는 “전국 철새도래지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되고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소독사진을 찍어 보낼 시간에 축사를 한 번 더 둘러보고 관리하는 것이 방역적으로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사진촬영시 방역복, 장화 착용을 강요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의 극치”라면서 “소독효과는 방역복과 장화의 착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가금농가는 이 같은 인증사진 촬영이 오히려 방역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금농장의 특성상 농장주 혼자 관리하는 농장이 많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 부득이 외부인을 농장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것. 또한 가금이 입식돼 있을 때 내부소독을 실시할 경우 호흡기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금 생산자단체 역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5개 가금단체 회원농가가 적게는 168농가에서 많게는 2215농가에 달하는 만큼, 매월 2회의 인증사진 제출을 위해선 매일 최소 11농가에서 최대 148농가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금업계 전문가는 “생산자단체는 농가를 위한 정책을 펴는 곳이지, 농가 소독사진을 취합해 제출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같은 농식품부 내에서도 방역과와 경영과가 중복되는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매월 2회 가금농가 소독사진을 제출하라는 방역과의 지시와 별개로, 경영과에서도 각 지자체에 대해 계열농가는 계열화사업자에게, 일반농가는 지역 농축협으로 일주일 단위로 소독사진을 제출토록 협조를 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소독사진이나 받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손 안대고 코풀겠다’는 심보”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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