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가축전염병
악성가축전염병
  • 권민 기자
  • 승인 2020.11.20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백신이 없어 걸리기만 하면 모든 돼지가 폐사된다는 ASF, 발굽 갈라진 동물이면 치명적 영향을 받는 구제역,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고병원성 AI.
악성가축전염병이라는 말이 일반인들에게 충격으로 각인된 것은 아마도 2010년 말 ‘구제역 파동’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전에 고병원성 AI나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언론에 보도되고 난 직후 축산물을 기피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소비되는 행태가 되풀이되곤 했다. 그러니 축산농가들이나 일반인들 모두 악성 가축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았다. 

 

전염병까지 옮긴다?


살처분을 중심으로 한 방역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만 지나가면 해당 농가나 일부 피해부문에 속한 사람들만이 애끓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2010년 말 구제역 파동은 그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 
350만 마리 이상의 살아있는 가축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강제로 땅속에 묻혔다. 축산농가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 요식‧여행업소는 물론 지자체의 모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역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 모든 것이 공장식 축산과 주변에 피해를 입히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축산농가의 탓으로 각인되고, 밀집사육에 대한 각종 자료들과 주장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당장 축산업을 때려치우라고 축산농가들을 몰아붙였다. 
축산농가는 돈을 벌기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원을 착취하면서도 ‘염치’를 모른다는 것에 더해 전염병까지 옮긴다고 왜곡한다. 마치 가축이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라고 매도한다. 
유튜브‧SNS 상에서 짧은 정보를 얻는 시대에 살아오면서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의구심은 이제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일까? 
질병과 관련해서 현대인들은 고통스런 대가를 치르고 오랜 문화적 적응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고민하지 않고 대뜸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그들에게 전폭적으로 의존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고정 필진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저술가인 데이비드 콰먼은 자신의 저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서 인간이 하나의 유행병이라고 규정했다. 악성 가축전염병을 비롯한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어느날 갑자기 인간의 세계로 넘어와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1993년 애벌레 습격사건을 통해 인간의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 ‘숲천막모충나방’ 나중엔 ‘천막애벌레’라고 명칭지어진 이들 애벌레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수많은 나무들이 헐벗고 고사되는 피해를 입었다. 
애벌레들은 주로 어두워진 후에 배를 채웠는데, 서늘한 밤에 밖에 나가 큰 나무 아래에 서면 조그만 턱들이 움직일 때 나는 따각거리는 소리가 잠시도 쉬지 않고 들렸다. 마치 먼 곳에서 불이 났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건강한 나무로 옮겨갈 때면 사람들은 벌레들이 타고 오르지 못하도록 줄기에 끈적거리는 물질을 발라놓기도 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들 애벌레들은 비단실 같은 줄을 낸 후 거기 매달려 바람을 타고 옮겨다녔다. 

 

‘농가 때려잡기’ 그만

벌레들은 끊임없이 먹고, 자라고, 허물을 벗고, 더 크게 자랐다. 나무 줄기를 따라 아래위로 행진하고,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 마을을 가로질러 새로운 나뭇잎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몇 주 만에 갈색 나방들로 모습을 바꾸어 날아갔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감염병이 퍼지면서 애벌레들의 몸이 말 그대로 ‘녹아’버렸던 것이다. 
생태학자들은 이를 ‘대발생’이라고 부른다. 대발생이란 말은 단일한 동물종의 개체수가 갑자기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심각한 대발생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종의 대발생이다. 
인간의 숫자는 농업 발명 이래 333배 증가했다. 흑사병의 유행 뒤로만도 14배 증가했으며, 현재 70억을 넘고 13년에 10억 명씩 늘어난다. 이것이 성공이고 인간이라는 영장류의 승리일까?
데이비드 콰먼은 기나긴 지구의 역사 속에서 지나치게 번성한 생물은 스스로 멸망하는 일이 법칙처럼 되풀이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아주 오래 지속된 후 끝나고, 때로는 상당히 일찍 끝나며, 단계적으로 끝나거나 한 가지 사건으로 갑자기 끝나기도 한다. 
축산업에 대한 오해 중에 하나가 바로 질병의 매개체 역할이다. 사람들이 이윤을 위해서라면 숲을 베고, 흙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심지어 지구 자체의 기온을 올리는 일도 서슴지 않으면서 그것이 전염병을 유행시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러니까 동물이나 그 밖의 생물들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병원균들이, 인간의 습격으로 갈 곳이 없어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뻔하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마스크로 숨이 막히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고병원성 AJ‧ASF까지 온통 짜증스럽다. 그렇다고 원인을 축산농가 때려잡기로 돌려선 안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