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ASF 양성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지난해 10월 경기도 연천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개체들간 빠른 감염으로 인해 야생멧돼지 ASF 확진 건수가 무려 804건(18일 기준)에 이른다. 양성 개체가 설악산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남하 가능성도 커졌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양성 폐사체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서 확인됐다. 설악산 국립공원과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국립공원이 뚫리면 백두대간을 통해 야생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상도가 ASF 사정권 내에 들어가게 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박선일 강원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에서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국립공원으로 유입될 경우 우리나라는 ASF가 상재화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환경부와 강원도는 이후 ASF 남하 차단을 위해 수렵인 4000여 명을 동원해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내달 14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5개 시군(강릉·홍천·횡성·평창·양양)에 광역수렵장을 운영한다. 포획 대상은 야생멧돼지와 고라니다. 야생멧돼지 포획은 무제한이고, 고라니는 1만 마리다. 포획 포상금은 야생멧돼지 50만 원, 고라니 10만 원이다. 수렵인은 1명당 엽총 1정과 2마리의 사냥개가 허용되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포획할 수 있다. 환경부는 서식 개체 수가 야생멧돼지는 1만 7000여 마리, 고라니는 2만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소탕을 앞서 포획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야생멧돼지가 도망하는 과정에서 ASF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남→북 방향 포획 시 ASF 야생멧돼지와의 접촉 가능성이 있다. 북→남 방향 시 야생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외곽→중앙 방향으로 몰이를 할 경우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야생멧돼지가 타지역으로 이탈할 수 있다. 무방향 포획은 자칫 ‘풍선효과’로 ASF를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야생멧돼지 수렵에 동원한 수천 명의 수렵인과 그들의 차량에 의한 ASF 확산 우려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SF 방역을 위해 야생멧돼지를 진공상태로까지 만들어야 하지만, 자칫 수렵인이나 차량, 사냥개를 통해 ASF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방역 지침을 무시할 경우 오히려 ASF 확산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SF가 물웅덩이·토양·차량 등에서 올해 30여 건이나 검출됐다. 
이에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포획 시 규정을 위반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렵인에게 ASF 표준행동 지침에 따른 대응 요령을 교육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을 때는 포획 승인을 취소하겠다”며 “발견지점 및 주변 도로, 차량 소독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총기 입·출고 및 수렵 활동 전·후로 소독하고, 수렵 활동 후 일정기간 한돈농가 방문을 금지시킬 계획이다. 포획물은 지역에 따라 열처리와 매립으로 처리한다.
박선일 강원대 교수가 그동안 발표한 ASF 야생멧돼지 관련 내용 대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박 교수의 예언(?)이 영영 현실화되지 않도록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ASF 청정화를 이룩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ASF 청정화를 위한 일련의 노력이 허망하게 끝나지 않도록 끝까지 꼼꼼한 주의가 요구된다.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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