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낙농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달 17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기점으로 전국의 집유 주체들이 감축의 고삐를 당긴다. 얼마나 어떻게 감축하는가가 관건이다. 
대대적인 원유 생산 감축은 2015년 이후 약 5년만이다. 이유는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 
생산자 단체는 음용인구가 줄어들면서 전체 백색시유 시장이 축소되고 여기에 코로나 19라는 미증유 사태까지 겹치면서 학교 우유급식이 전면 중단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우유급식 중단에 따라 차상위층 등에 제공되는 무상우유 급식 제공도 중단됐고 그 영향이 결국에는 공급과잉이라는 사태를 만들어 냈다는 것.
생산자단체는 이 같은 이유로 공급과잉사태가 빚어짐에 따라 정부에 대책을 요구 했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현재 공급과잉 상태이며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아닌 원유생산량 증가에 있다며 낙농가의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
정말 과도한 원유생산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것일까. 
과거 수급조절제가 발동했던 당시에는 낙농업계가 구제역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자 전 집유주체가 증산정책을 펼치면서 단숨에 생산량이 220만 톤을 넘어선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에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맞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2% 내외가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생산량은 약 209만 톤 수준. 2010년~2019년의 평균생산량인 205~210만 톤과 비교하면 생산량만 가지고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원유 부족사태로 곤혹을 치렀던 2012년 생산량인 211만 톤보다도 적은 양이다. 내년도에는 올해 수준에서 1~2% 늘어난 양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평년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원유 소비구조다. 10년간 원유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원유 소비량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10년 사이 연간 유제품 소비량은 20.1kg가 늘었지만 백색시유 소비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9년 1인당 연간 유제품 소비량은 81.8kg으로 2009년 1인당 연간 유제품 소비량은 61.7kg에 비해 20.1kg이 늘었다. 반면 백색시유 소비량은 2009년 인당 28.7kg에서 2019년 26.7kg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제품 총 소비량은 늘어나는데 국내산 원유사용량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 등을 이유로 치즈나 발효유 등의 섭취량은 늘어나는데 백색시유 섭취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 특히 간편식이나 온라인을 통한 판매 등이 활발해 지면서 수입 원료를 사용한 제품들과 수입 치즈, 수입 유가공품등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자급률은 10년 새 21% 하락했다. 
국내산 원유와 외국산 원료, 수입 유제품들과의 가격 격차 때문에 경쟁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2026년에는 한·미 FTA에 따라 유제품 수입관세가 철폐된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수입유제품과 원료가 밀려들어온다고 해서 국내 생산량을 계속해서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해서 감축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면 낙농산업은 결국에 붕괴될 수밖에 없다. 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소비 패턴과 시대적 흐름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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