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농협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이 쏟아낸 자료는 온통 옵티머스 발 사모펀드 사기 사건을 중심으로 한 ‘신용’과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운용사 심사를 면제해 줬다”, “농축협‧농협은행, 착오송금 미반환이 246억 원이었다”, “NH농협은행, 지식재산권 대출이 시중 5대 은행 중 최하위”, “지난 5년 간 금융사기 피해액 1306억” 등등.

 

부도덕한 집단처럼


위원들의 자료에 따르면 농협의 신용사업은 마치 부실 투성이에 부도덕하고 안일한 집단이 벌이는 아수라장이다. 
게다가 농협물류는 무리한 사업 검토와 엉터리 수요 예측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박과 해외 공장 인수를 시도, 총 228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남기고 사업은 중단됐다고도 했다. 
농협은 지난 4년 동안 줄기차고 집요하게 ‘협동조합 이념’에 대해 교육했다. 농협이 환골탈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협동조합 이념을 잊고 있어서인 듯 말이다. 
그때마다 원인이 이념이었다면 공산주의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방식이다. 이념도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21세기의 변화를 20세기의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해결이 안될 수밖에. 
이것은 해결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일 뿐이니, 현상유지만 해도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복잡한 신용문제를 들먹여봐야 복잡한 변명을 들어야 하니 다시 들먹일 일도 아니다. 
하지만 농민이 주인이고 농가소득 5000만 원을 달성하자고, 또 판매농협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농민이 생산하는 또는 조합원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팔아주는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던 그 ‘결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일까?
위성곤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작성한 ‘농협 경제사업활성화 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경제사업은 ‘활성화’라는 당초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 
2011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사업구조개편을 하고 총 5조 원을 투입해 경제사업 활성화를 진행해 왔지만 2012년 95.6%에서 2019년 62.2%로 무려 33.4%p 하락했다. 이는 과다하게 목표를 수립했거나 사업이 실패한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사업구조개편 이전에는 연평균 8.5%씩 증가했던 사업물량이 개편 이후에는 연 1.9%로 대폭 줄어든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투자 계획도 같은 기간 7차례나 수정돼 부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집행 실적도 67.2%면 이는 사업의 의지가 별로 없거나 자신이 없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회원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확대돼야 할 조합상호지원자금의 지원비중도 2013년에서 2019년 사이 77%에서 62.4%로 14.6%p나 감소했다는 것은, ‘나도 못하고, 남도 못하게 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시 말해서 중앙회가 중앙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실천방식이 중요

 
농협은 2012년 사업구조개편에 따라 올해까지 농축협 출하물량 51% 책임 판매와 신규투자 4조 96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 30.5%, 신규투자 3조 7000억 원에 머무르고 있어 ‘판매농협’이 무색할 지경이다.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은 임기 내내 ‘농가 소득 5000만 원 달성’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놓고 보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강제적으로 농업 기자재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했지만 결과는 별무효과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묶였던 가격은 한꺼번에 오를 처지다. 
농가소득은 2018년 4207만 원에서 지난해 4118만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은 10년째 1000만 원 대에서 요지부동이다. 도대체 판매농협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한 것인지 조목조목 묻고 싶은 심정이다. 
유통비용도 마찬가지다. 농축산물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농가 수취가격을 높이고 유통비용을 줄여 생산‧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핵심적 과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유통 협동조합을 비전으로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경제사업을 추진해 왔다지만 그 효과는 대체로 미흡하다고 정운천 의원은 질타했다. 
중앙회가 사업이 저조하면서 회원조합에 대한 배당금도 2012년 3159억 원에서 2019년 1779억 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 숫자는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가 사업을 엉망으로 해 그 피해를 농가가 입고 있는데, 전체 직원 중 30%가 억대 연봉자에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비아냥 소리까지 듣고 있다. 
농가 소득이 증가하고 주름살이 펴지고 웃음이 되살아나면 억대 연봉은 ‘비아냥’ 거리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념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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