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마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진행했다. 붕괴 직전인 말 생산농가를 중심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많은 이들이 실직·폐업·파산 위기에 내몰렸는데도, 농식품부와 마사회는 안일한 자세로 경마산업 붕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와 마사회는 각성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마권 발매 관련 법안이 조속히 제정·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첫날 집회 현장에는 말까지 동원됐다. 말 생산자는 “얼마나 절박하면 제주에서 내륙까지 말을 데려왔겠느냐”며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비상위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부터 지금까지 일반 고객이 참여하는 경마가 중단됐다. 무고객 경마는 곧 산업으로 재투자할 재원 고갈을 의미한다. 마사회 매출은 지난 1~8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했다. 이후 경주마 생산자, 마주, 조교사, 기수, 조련사, 경마정보사업자, 유통업자, 매점·식당 운영자, 전문지판매소 운영자 등 대부분의 관련 종사자들은 실직하거나 폐업·파산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러한 영향은 축산산업에도 미치고 있다. 우리 산업은 경마산업을 통해 조성한 축산발전기금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마 관련 산업의 저변이 넓지는 않지만, 국가 차원에서 고사를 쉽사리 결정할 정도로 결코 작지 않다. 
경마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경주마 생산기반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2차례의 경주마 경매에 144마리가 상장되어 고작 2마리만 낙찰되는 등 생산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사육·운용 중인 경주마는 8000마리에 달한다. 생산농가들은 사료·관리·훈련비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도태시킬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김승남·윤재갑·정운천 국회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마권 발매 관련 법률 3건은 현재 계류 중에 있다. 이들 법안은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이외의 장소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마권 발매를 허용하고, 사행산업 매출 총량 초과 우려 등이 발생할 경우 온라인 발매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행산업이지만 스포츠토토는 오래전부터 온라인으로 발매하고 있으며, 로또 복권도 2018년부터 온라인 발매를 실시 중이다. 그러나 레저세, 교육세, 농어촌특별기금 등으로 연 2조 원 이상 납부하고 있고,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마는 온라인 발매를 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온라인 마권 발매 시기가 있었다. 이우재 마사회장 시절인 2007년 5월 KNetz 마권예매를 시행했다. PC와 ARS뿐만 아니라 모바일(핸드폰/전용PDA)과 무인계좌발매기(SAAT)에서도 경마 시작 전 마권 예매를 할 수 있었다. 2009년에 폐지됐다.
온라인 마권 발매와 관련해 많은 이들의 우려는 불법도박 시장의 경쟁 과열이다. 도박중독자를 양산할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이에 비대위는 앞으로 국민들에게 경마산업이 단순 도박산업이 아니라 말 생산을 기반으로 한 축산이용업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불법도박의 규모를 축소·유지하는 영국·일본·싱가포르 등 선진사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이번 농성이 경마산업의 혁신이 시작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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