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일 야생멧돼지에서 처음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9월말 현재 745건의 야생멧돼지 ASF가 발생했다고 환경부는 발생 1년, 그간의 대응경과를 밝혔다.  
올 1~4월 겨울철 먹이 경쟁과 교미기 개체간의 접촉으로 개체간 전파 속도가 빨라졌고, 발생지역도 2019년 10~12월 대부분 파주시, 연천군, 철원군의 민통선 내 또는 인접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올들어 화천군과 양구군, 고성군 등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참,  수고하셨습니다


환경부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2018년 8월부터 베트남, 북한 등 주변 국가의 발생상황을 예의주시했으며, 체코, 벨기에 등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국내 유입에 대비해 멧돼지 포획을 강화하고 신고포상금 상향 조정, 잔반급여 금지를 하고 관리지역 설정, 포획전략 설정, 광역울타리 구축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고도 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619.9km의 광역울타리를 설치하고, 폐사체 수색팀을 직접 운영하고, 포상금 제도를 통해 지역주민의 신고를 유도하여 감염원이 될 수 있는 폐사체를 제거했다. 
발생지역 확대에 따라 발생 초기 150명이었던 일 평균 투입인원을 4월 이후 286명, 9월 현재 347명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주변 총기 포획을, 감염지역 확대 이후에는 확산 최소화를 위해 포획도구를 활용한 포획을 실시해 개체수 저감을 추진했다고 환경부는 지난달 28일 그동안의 노력을 설명했다. 참 수고 많았다. 
그리고 지난 9일‧11일 화천군 소재 돼지농장 2곳에서 ASF가 발병해, 발생농가와 인근 집돼지 2200여 마리가 예방적 살처분됐다. 이 숫자는 화천군 전체 집돼지의 10%에 해당된다. 
바로 도내 최대 규모의 양돈지역인 철원군이 맞닿아 있어 강원도 양돈산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화천을 포함한 인근 철원, 춘천, 양구 등 4개 시‧군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21만5466마리로 도 전체 52만 마리의 41.4%다. 
이번에 화천에서의 ASF 발생으로 1년 동안 재입식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도 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얻어낸  ASF 희생농가의 재입식 절차의 진행도 중단됐다. 그들은 또 한 번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들은 “지난 1년 동안 피눈물을 쏟았다. 농가들이 평균 11억원씩 부채를 지고 있어 매달 이자 부담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한계상황에서 힘겨워했다”고 재입식을 반겼었다. 
접경지역에 있는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의 양돈농가들이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경기‧강원 권역 간 이동 제한이 ASF 확산을 막았다고 자화자찬이다. 
중수본은 지난해 9월에 발생한 ASF 때보다 확진농가의 역학농가가 현저히 적은 이유는 권역별 이동 제한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수본부장인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발생농장과 역학관계에 있는 농가‧축산시설 등 최대한 신속히 파악해 집중 소독하라”고 지시했다. 참 수고했다. 

 

농식품부 역할 뭔가?


이동 제한을 실시하면 확산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의 속을 들여다보면 농가의 피해가 당연하다. 지금 이동 제한의 당연한 효과를 자랑할 때는 아니다. 분뇨가 넘치고, 자돈이 못나가서 폐사하고, 품질은 떨어지고 결국엔 그만큼의 손실은 농가의 몫이다. 
지금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 농가의 아픔부터 보듬어야 하고, 고조되는 불안감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허술한 방역대 등 방역의 잘못을 질책 받을 것에 대비해 먼저 “이렇게 잘했다”고 홍보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돼지 농장주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 게재된 한 장의 사진은, 마치 걸어다니는 시체(좀비)들이 생존자들의 인육을 뜯어먹기 위해 몰려드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연상케 한다. 
화천군을 중심으로 ASF에 걸린 멧돼지와 그 사체들이 오밀조밀 몰려있다. 끝도 없이 달려드는 좀비들의 행진과 같다. 농장주는 그들로부터 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생존자와 다를 바가 없다. 
한 방송국에서는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이 쓴 댓글인 “1년 동안 버틴 것만 해도 신기하다”를 제목으로 뽑아낼 정도였다. 이 사진이야말로 최근 접경지역의 농가들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화천에서 첫 번째 발생한 농장주는 모범농가로 정평났다고 한다. 농식품부의 방역수칙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방역을 철저히 지켰다고 한다. 이번의 ASF 사례를 보면 환경부에서 자랑하는 광대한 광역 울타리로도, 농식품부의 방역수칙만으로도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역당국은 매번 구제역이나 AI나 ASF 등 악성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한 발 물러서서 농가의 방역수칙 위반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끝난다. 
최근 농축산업을 대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행태를 보면 그 역할이 축산업을 없애려는 부서인지, 보호하려는 부서인지 헷갈린다. 하도 궁금해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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