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 칩’이 출시되자마자 젊은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정도로 폭발적 인기였다. 해태제과의 신제품 개발팀은 몇 년 동안 젊은층들의 입맛을 겨냥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가 ‘대박행진’이었다. 
제1공장에서 밀리는 수요를 다 맞추지 못해 제2공장을 설립할 정도였고, 경쟁사들이 꿀을 활용해 출시한 대다수의 스낵류가 대박행렬에 동참했다. 

 

저질·수입꿀이 득세


여기에 아이스크림 위에 벌꿀 집을 얹어 내놓은 ‘허니 아이스크림’의 인기도 막강하다. 꿀을 이용한 식음료의 인기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꿀의 효능에 대해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양봉산업에 대한 관심이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대박행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방자치 단체별로 양봉산업 지원 육성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뛰어들었거나, 기업이 기존의 정체된 경영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추진한 것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벌을 살리는 것이 우리를 살리는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소비자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국내 양봉업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토종 커피 체인점인 ‘탐앤탐스’는 꿀을 첨가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출시하고 있다. 
아이스 허니 단호박라떼‧그린라떼, 허니 월넛치노, 허니 넛츠 브레드와 허니 버터브레드, 허니치즈 브레드 등 꿀과 다양한 견과류, 유제품 등을 혼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꿀은 설탕의 포도당과는 달리 과당 성분이 높아 당 흡수가 늦다는 점에서 설탕 대용으로 많이 애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꿀 공급의 상황이 들쭉날쭉해 저질꿀이나 수입꿀들이 국내산 꿀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탐앤탐스는 국내 농업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소비자에게 건강한 꿀을 공급하는 동시에 ‘지구와 벌을 지키자’는 환경 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다. 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행복도 사라진다는 생각에서다. 
충남형 예비사회적기업인 아산배방로컬푸드협동조합은 봄철 나무심는 시기를 맞아 꽃과 향기를 즐기고 꿀벌에게 도움이 되는 밀원식물 ‘바이텍스’ 묘목을 판매하고 있다. 바이텍스는 양봉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아카시나무 대용으로 유용한 식물이다. 
바이텍스는 자연생태계를 조성하고 6월 하순부터 11월까지 많은 꽃을 피워 꿀벌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풍요로운 고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허브향을 가진 밀원식물로 널리 알려진 이 ‘바이텍스’는 도심 속의 녹지공간과 가로수, 조경수, 산림 숲 조성용, 가정의 정원 등 여러 곳에서 적절히 활용이 가능한 수종이다.
이 식물은 또 꿀을 생산하는 것 외에 여성 호르몬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약재료와 건강식품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향수와 화장품 제조, 신약 개발 등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큰 밀원식물이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 가는 국내 상황은 아카시 나무에 의존하는 양봉산업도 이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선의’ 기대서야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후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마련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간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농업과 생태계 유지‧보전 등 높은 공익적 가치를 지닌 꿀벌을 보호‧관리하고, 양봉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과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용은 그럴듯하고 내세우는 기대효과도 크다. 법적‧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당장 11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양봉농가 등록을 해야 하는 농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등록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가 등록 시 사육장 토지의 소유권이나 사용권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토지 소유권이나 사용권이 없는 농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 농가의 말을 빌리면 양봉업의 특성상 하천이나 야산, 농로 등에서 꿀을 채취하기 때문에 소유권이나 사용권을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지자체가 권장하는 도시양봉 활성화에 따라 옥상 등지에서 벌을 키우는 사람들도 농가 등록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란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법적‧제도적 근거는 마련됐는데 적용하려니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다는 소리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소규모 양봉농가들의 대거 탈락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양봉협회 등 관련 생산자단체들이 농식품부에 양봉농가 등록 시 제출서류에서 해당 꿀벌 사육장 토지의 소유권 또는 사용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특별하게 특례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 아니다. 
어렵게 만든 법적‧제도적 근거가 말 그대로 양봉농가와 산업을 위해 적용되려면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것이 맞다. 정부의 정책보다 기업의 선의(?)에 의지해서는 결코 건전한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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