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양돈장 구축…악취 민원으로부터 해방

“가축분뇨 주변 환경 망친다”
부정적 인식 확산 원인 제공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거쳐서
마침내 공원 같은 돈사 건설

폭기된 액비순환시스템 채택
고액 분리된 유기질 비료로
내부는 전체 ICT 기술 접목
조합 맞춤 지원 생산성 향상

신덕산농장 전경.
신덕산농장 전경.

 

박계영 대표.

 

충남 예산군 덕산면(검무내길 167-12)에 위치한 신덕산농장은 모돈 400마리 규모의 번식농장이다. 

신덕산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박계영 대표(48)는 대학에서 구조설계를 전공하고 졸업 후 구조기술사 사무소와 주택 시공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건축전문가다. 

매형이 운영하던 모돈 200마리 규모의 돈사를 2002년 인수한 박 대표는 당시 고심이 깊었다. 재래식 돈사에다 퇴비장도 없었던 터라 농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박 대표는 2008년 300마리 규모로 농장을 증축했다. 

개선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뇨냄새 등으로 발생하고 있는 양돈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키고 싶었다. 건축가였던 그는 새로운 개념의 양돈장을 만드는 구상에 들어갔다.

‘양돈장처럼 보이지 않는 양돈장’, 이것이 신축할 농장의 콘셉트였다. 양돈장처럼 보이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을 접목한다면 양돈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개설될 것이라 믿었다.

 

# 건축전문가에서 양돈경영자의 길 선택

2018년 6월 양돈장 신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박 대표는 먼저 농장 콘셉트 및 마스터플랜 등 설계 계획을 수립했다. 수개월간 자재 및 환기 협의, 설계 및 구조 진행, 시공견적 등 철저한 과정을 거쳤다.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수정 및 보완을 거쳐 설계도면이 완성됐다. 

거의 1년간 농장 신축을 위한 준비를 완료한 박 대표는 2019년 7월 기존 돈사 전부를 허물고 8월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올 초 준공된 신축 돈사는 기존 2640㎡(약 800평) 규모에서 3168㎡(약 960평)로 20% 증축(본동 900평, 후보사 60평)된 2층 돈사(모돈 400마리 규모 번식농장)로 지어졌다. 돈사는 계절·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이동통로를 내부에 배치했는데, 이를 통해 사육단계별 공간 분리가 가능해졌다.

지붕은 박공지붕(경사지붕)이 아닌 일반 건축물 형태의 평지붕으로 만들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ICT 설비로는 자동급이기, 환기제어 및 조명제어, 난방제어, 음수측정이 가능한 컨트롤러, 4개의 사료빈에는 인디케이터와 로드셀, 바이브레이터 등을 장착했다. 

완공된 신축 농장은 양돈농장이 아닌 일반 공장이나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농장을 견학한 이들 중에는 마치 최신의 식품공장 같다는 말을 전하기도 한다. 냄새가 나질 않기에 더욱 그렇다.

박 대표는 “냄새는 후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양돈농장처럼 보이지 않게 설계해 신축했다”면서 “냄새로 인한 지속적인 민원 제기 등 양돈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직까지도 만연해 있다. 지속가능한 양돈업을 위해서는 양돈인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축 시 외형에만 신경을 쓴 것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ICT 기술의 접목, 차단방역의 기본 원칙과 질병 유입 방지를 위한 최신 설비, 동물복지를 고려한 설계 등 양돈 사양의 기본이 되는 부분들을 건축 및 시공에 꼼꼼하게 반영했다.

  

# 액비순환시스템 도입…분뇨 문제 해결

박 대표는 특히 분뇨 처리 및 냄새 저감을 위해 폭기된 액비를 돈사로 순환시키는 액비순환시스템을 채택했다. 

액비순환시스템은 사육과정에서 발생되는 슬러리 분뇨를 발효액비화 한 후, 그 액비를 돈사 하부의 슬러리피트로 연속 순환하는 방식이다.

액비순환시스템의 공정도를 살펴보면 먼저 돈사에서 발생된 분뇨는 고액분리기로 이동한다. 여기서 분리된 뇨는 저장조와 발효조, MBR(필터) 등을 거쳐 돈사로 순환된다. 방류시설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가압부상조 대신 RO(Reverse Osmosis, 역삼투)시스템을 도입했다.

RO시스템은 조작이 쉽고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방류수 수질은 T/N, T/P 수치 측정결과 10ppm으로 기준치보다 낮고 색도도 투명하다. 

고액분리된 분은 퇴비사에서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진다. 퇴비사에 설치된 콤포스트는 부숙 기간을 단축시키고 톱밥 등 수분조절제 투입비용을 줄여준다. 

퇴비사와 콤포스트는 신축(올해) 이전부터 존재했다. 박 대표는 2008년 증축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환경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퇴비사와 콤포스트, 고액분리기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투자 없이 좋은 성과를 낼 순 없다. 저렴한 설비만을 찾지 말고 검증된 업체의 설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또한 같은 기계라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율성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덕산농장에서 생산된 유기질 퇴비는 경종농가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최종 생산된 퇴비는 수분이 적어 꼬들꼬들하고 분뇨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퇴비사에서는 파리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6월 실시한 퇴비 검사 결과 유해성분인 구리와 아연의 경우 각각 기준치의 40%, 20% 수준으로 낮게 검출됐다. 수분은 30.53(기준치 70이하), 부숙도는 ‘부숙완료’로 합격점을 받았다.

 

# “피할 수 없으면, 더 세게 부딪혀라”

박계영 대표가 농장을 허물고 신축하게 된 것은 양돈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어서였다. 또한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축산업에 대한 규제에 대응키 위한 이유도 있다.

“강화되는 규제를 피할 수 없다면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양돈농장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던 박 대표는 한때 번아웃 증후군으로 농장을 타인에게 넘길 생각도 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포부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박 대표도 한 동안 이에 시달렸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주위의 도움이 컸다. 특히 조합원으로 소속된 도드람양돈농협은 신덕산농장의 환경에서부터 수의·사양 컨설팅을 정기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도움을 줬다. 또한 신축 시기부터 함께 농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이정빈 공동대표도 박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현재 신덕산농장은 분뇨처리의 우수성과 양돈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선도농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강화되고 있는 규제는 축산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를 탓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분명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 상황 안에서 축산인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퇴비사 내 설치된 콤포스트.
퇴비사 내 설치된 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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