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지면서 자금운용 전문성 필요론 대두

한우·한돈 300억 이상 규모
우유 매년 100억 이상 집행
3대 자조금만 1000억 육박
축산단체들 깊숙하게 개입돼

“초기에는 공동 운영 불가피
이젠 명확한 업무분담 필요”
축종별 특성에 맞춰서 운영
독립적인 역할 더 강화해야

단순한 홍보·할인 판매 하면
정부, 보조금 차등지급 선언
운용평가·법인화 움직임까지
생산자들, “내로남불” 반발

한우자조금은 매년 11월 1일 대한민국이 한우먹는날을 기념해 온 국민이 부담 없이 한우를 즐길 수 있도록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한돈자조금은 소비자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산 돼지고기(한돈)만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식육점 등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한돈인증점을 선정 한다. 

 

축산자조금은 축산물 소비홍보를 통한 판매 활성화와 축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해왔다. 농업분야 자조금 가운데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면서 롤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여년의 세월동안 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자조금이, 산업이 발전한 만큼 규모가 커지자 자금 운용에 대한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유는 매년 100억 이상을 집행하고 한우·한돈은 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계란, 닭고기, 오리, 육우는 10억 미만을 집행하고 있는데 모든 자조금을 통틀어 축산자조금법을 일률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자조금들은 축종별 특성에 맞는 자조금 운용이 필요하고, 이에 수반되는 규정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조금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 농식품부는 수년 동안 자조금들의 요구에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자조금 운용 효율성 평가를 통해 보조금을 차등지급하고 자조금 법인화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축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 자조금 독립성 강화해야 

자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자조금의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다. 

자조금이 축산단체의 노력에 의해 설치된 것은 맞지만 축산단체가 자조금 운용에 깊은 관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과거 한 전문가는 자조금은 축산단체가 아닌 축산업을 위한 기금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의무자조금이 본격화 되고 자조금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2009년 당시 축산자조금연구원 원장이었던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 교수는 “자조금 제도가 생산자단체들의 공동 노력에 의해 설치됐고 사업 초기에 생산자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공동운영이 불가피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사무국과 생산자단체간에 합리적이고 명확한 업무분담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 자조금 관계자는 “100억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자조금이지만 세무·회계 전문가 없이 초기 자조금 모델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자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자조금이 독립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독립성 강화… 자조금법부터 개정해야

자조금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조금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자조금을 이끌고 있는 대의원회를 축산단체가 구성하도록 되어있기 때문.

관련 법령에 따르면 축산자조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축산단체가 있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으로 하나의 자조금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조금들은 축종별 생산자단체와 농협, 두 개의 생산자 단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농협+협회가 공동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조금을 발족했다.

공동준비위원회는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각 축산단체장이 협의해 위촉하되, 생산자 8명 이내, 축산단체의 임원 4명 이내, 학계, 소비자 및 유통 전문가 각 1명으로 구성해야 한다. 

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호선하며, 의무 또는 임의자조금이 설치될 때까지 존속하도록 되어있다. 

대의원 선출 또한 축산단체가 이를 이행하도록 되어있는데, 현재까지도 같은 방법으로 대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공동준비위원회가 자조금 관리위원회로 이어지고 축산단체장이 자조금관리위원장을 맡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축산단체에서 임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이관계가 견고하다. 

때문에 축산단체의 영향력 또한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자 공동운영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 축종별 특성에 맞게 운용해야

현재 축산자조금은 규모와 관계없이 같은 법령과 시행령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최소 10억에서 300억까지 조성액이 수십 배 차이가 나지만 같은 법령하에 비율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도록 되어있다. 

다만, 조성액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차등지원 되긴 하지만 운영비 요율 등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동일한 잣대가 주어진다. 

때문에 조성액이 가장 많은 한우와 한돈은 운영비 운용에 큰 문제가 없지만 우유, 육우, 닭고기, 계란 자조금은 운영비 요율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사무국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운영비 요율 개선이 되지 않아 사무국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는 자조금들은 자조금 인상을 통해 조성액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육우자조금이 2019년 거출금을 상향 조정한바 있으며 우유자조금도 거출금 인상을 수년째 시도하고 있다, 

우유자조금 관계자는 “자조금이라는 것은 생산량에 비례해서 거출되고 있는데 우유생산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자체 조성액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부가 자조금 규모와 특성에 맞게 운영할수있도록 뒷받침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조금 운용…정부 직접 개입?

최근 정부는 효율적인 자조금 운영을 위해 자조금에 자금 운용 평가제를 통한 보조금 차등지원과 법인화 도입을 예고했다. 

앞으로는 단순 소비홍보를 위한 할인 판매 등에는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 농식품부의 한 사무관은 “앞으로 등심 할인 판매 등에 정부 보조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자금운용 평가에서 할인판매는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의 주장에 자조금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행사에서의 할인판매는 독려하면서 자조금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할인판매 행사를 저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조금 관계자는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며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나 박람회 등에서 할인판매 및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면서 자체적인 할인판매 및 홍보에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정부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인화와 관련해서는 자조금은 ‘찬성’, 생산자들은 ‘반대’ 입장이다. 

현재 자조금은 비영리 단체로 등록되어있어 비상근직인 관리위원장이 업무를 총괄하고 자산 또한 관리위원장 명의로만 취득이 가능하다. 만약, 법인화가 된다면 행정적인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자조금 사무국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생산자단체들은 자조금 법인화가 정부가 자조금과 생산자 단체를 분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관리위원 선출 및 관리위원회 구성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 자조금≠생산자(축산단체)+정부

현재까지 상황을 되짚어보면 자조금 운용 주체는 축산단체와 정부로 양기관이 관장하는 바와 다름없다.

자조금 구성이 생산자 거출금+정부 보조금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양 측의 지분 행사의지가 상당하다. 

축산단체는 생산자들이 스스로 거출한 금액이기 때문에 생산자를 위해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정부는 정부 보조금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준조세의 성격을 띠고 있어 정부 관리감독 하에 자금이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말은 자금 조성 기여도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는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임의자조금일 때의 자조금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의무자조금으로 20년가량 성장해온 현시점에서는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성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떠나 이미 조성된 기금을 투명하고 공정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자조금 관계자는 “자조금의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는 자조금 대의원회지만 사실상 자조금 관리위원회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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