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인구 증가·소자본으로도 가능

작고 온순 관리 상대적 용이
6차 산업으로 최적합한 축종
1만5000농가 57만마리 사육
전기업화 양적인 성장 꾸준

인프라 구축 안돼 내실 미흡
축산업 생산액 중 단 0.3%
전용도축장 전국 11곳 불과
불법 도축 성행 부정 유통도

정확한 통계 등 데이터 구축
표준 사양·질병 등 R&D 시급
단체 통합 한 목소리 바람직
농가, 품질 고급화 노력 필수

흑염소.
최근 귀농·귀촌 인구증가에 따라 염소인구가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염소는 산지생태축산에 알맞은 축종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염소산업이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증가에 따라 염소인구가 급속히 유입되고 있으며, 염소의 사육형태도 ‘전업화’‘규모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5만마리였던 국내 염소 사육마릿수는 2019년 57만마리로 12만마리 증가했고, 5만1000농가에 달하던 염소 사육가구는 1만5000농가로 1/3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300마리 이상 사육농가 역시 2000년 80농가에서 2019년 385농가로 대폭 늘었다. 

이는 염소가 타 가축에 비해 비교적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데다, 체구가 작고 온순해 노동력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 

또한 염소가 산지생태축산과 6차 산업에 가장 알맞은 축종으로 알려지며, 전국의 귀농귀촌지원센터마다 교육과정이 개설되는 등 염소 사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에서다.

더구나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염소고기의 인기가 덩달아 상승하는 등 웰빙식품으로 자리매김 한데다, 개고기 대체제로서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염소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관련 인프라 발전 더뎌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염소산업은 외형적으론 크게 성장한 반면, 아직까지도 내실은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축산업 생산액 19조 7300억원 중 염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0.3%, 600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염소산업의 급성장을 지목했다.

최근 염소의 소비형태가 약용에서 육용으로 변하면서 사육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었다는 것. 때문에 개량·사양·질병관리 등의 관련 인프라가 사육규모의 확대에 비례해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사육되는 염소는 육량을 늘리기 위해 보어, 자넨 등 외국종과 교잡한 개량종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재래종에는 없던 대사성질병 다발과 함께 장기간 근친교배에 따른 면역력 저하와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염소백신 하나 없는 실정이다.

또한 국가 차원의 연구가 전무한 까닭에 표준화된 사육 관련 매뉴얼 등이 전혀 없으며, 개량종의 적정 영양소 요구량에 대한 연구 부족으로 주로 미국의 NRC사양표준을 적용해온 것이 국내 염소산업의 현주소다.

 

# 전용도축장 11개소 불과

게다가 염소는 전용도축장도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3월 20일 현재 전국 88개 포유류 도축장 중 염소 전용도축장은 △강원 2개소 △경남 1개소 △경북 1개소 △전남 2개소 △충남 1개소 △충북 4개소 등 총 11개소에 불과하다.

이는 염소의 도축물량이 적은 까닭에 시설투자 대비 영업이익이 적기 때문. 이같은 이유로 도내 전용도축장이 없는 지역은 장거리 운송에 따른 물류 및 운반비용 증가로 불법으로 밀도축해 유통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8년 경기도에 ‘이동식 도축장’이 도입된 것 역시 한 염소농가가 경기도 내 염소도축장 부재에 따른 불편함을 ‘도지사 좀 만납시다’에 호소함에 따라 고안된 해결 방안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화의 한 염소농장은 “가장 가까운 인천 소재 도축장이 재작년부터 염소를 잡아주지 않아 천안까지 3시간을 운전해 도축해오고 있다”면서 “도축장은 만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불법도축을 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란시장에 이동식 도축장이 생겼다곤 하지만, 경기도 전체 물량을 커버하기엔 한계가 있고 접근성 문제도 있다”며 “염소 전용도축장을 권역별로 설치해 위생적인 축산물 공급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수입산’ 둔갑판매 성행

아울러 염소는 산지 중간유통상인 또는 일부 민간 유통업자가 도축장을 운영하며 판매하는 후진적 유통구조를 안고 있다.

특히 국내 염소고기 유통시장은 전문식당에 의존해 유지되다 보니 중간유통상인들의 거래처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가격경쟁도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 양고기가 국내산 염소고기로 둔갑 판매되는 것도 문제다. 염소고기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육질이 비슷한 외국산 산양과 면양이 국내산 염소고기로 둔갑판매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수출입 동축산물 검역현황에 따르면 산양육은 지난 2016년 1428톤, 2017년 1763톤, 2018년 1522톤, 2019년 1256톤, 올해 상반기에는 1003톤이 들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관원이 지난해 설명절을 맞아 전국 음식점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염소고기의 DNA를 분석한 결과 50건 중 10건은 산양고기로 드러난 바 있다”면서 “특히 여름철 보양 음식을 많이 찾는 시기에는 원산지 단속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부 축산 정책서 소외

가장 큰 문제는 염소산업이 정부의 축산정책에서 소외돼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축산법에서 그간 ‘양’으로 통합 표기되던 양과 염소가, ‘면양’과 ‘염소(유산양 포함)’로 분리·표기된 것도 불과 3년 전이다.  

때문에 염소에 대해서는 기타가축 통계 외에 사육두수, 품종, 사육환경 등에 대한 기본 데이터조차 없으며, 개량·표준사양·질병·마케팅 등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R&D기구도 없는 실정이다. 

전국 염소농가를 대변할 단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염소업계는 한국흑염소협회와 한국염소협회, 한국염소산업발전연구회 등 세 단체가 존립하고 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협회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까닭에 몇 년째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 이미지 개선 작업도 필요

염소고기에 대한 편견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염소고기의 특성상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에 ‘질기다’‘누린내가 난다’ 등 염소고기에 대한 이미지 개선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일반 소비자 320명을 대상으로 염소고기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염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38.6%의 응답자가 ‘냄새가 날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구입이 어려워서’가 34.2%로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다양한 요리법 개발과 전문판매점 개설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먹는 염소요리는 전골이 70.8%로 가장 높았고, 구이와 수육이 각각 15.4%와 9.2%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염소고기를 먹은 곳은 지역 변두리 식당 61.5%, 시내 번화가 식당 24.6%, 집 7.7%, 흑염소농장 4.6% 순으로 나타났다.

 

# 정부 차원 지원책 마련해야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염소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차원의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염소산업과 관련된 법률과 제도가 소에게 적용되는 내용들이 그대로 준용되고 있는 만큼, 이들 조항을 염소의 특성에 맞도록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축·운반, 질병 예방·치료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염소 개량 및 사양관리, 전용사료 개발·보급, 질병관리 등의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산부분에서는 염소고기에 대한 품질관리도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염소도 다른 육류와 마찬가지로 사육환경과 먹이에 따라 품질과 맛의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거세시기와 사료, 사양관리를 통일하는 삼통 시스템을 도입해 고품질 염소고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염소산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선 식당 납품 위주의 유통에서 벗어나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최근 일부 유통업체에서 인터넷으로 염소고기를 부위별로 소포장해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전국 최초로 충주 염소경매장이 개장한데 이어 올해는 부여 염소경매장이 개장했고, 국내 1호 염소백신 출시도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염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